성공하는 드라마엔 항상 그가 있다

2024.05.07 15:41

<눈물의 여왕> 범자 고모 … ‘흥행 감별사’ 배우 김정난

<눈물의 여왕> 의 범자 고모로 출연한 배우 김정난. tvN 제공.

<눈물의 여왕> 의 범자 고모로 출연한 배우 김정난. tvN 제공.

<신사의 품격> <SKY 캐슬> <재벌집 막내아들> <사랑의 불시착> 그리고 최근 24.8%라는 기록적인 시청률로 종영한 <눈물의 여왕>까지. 흥행작이라는 것 외에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배우 김정난(53)이 조연으로 출연했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드라마에 빠지지 않는 것은 주연만큼 눈부신 조연이다. 조연이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출연 분량이 많은 주연이야 자기 캐릭터를 서서히 ‘빌드업’ 시켜가며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지만, 조연에게 그런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 감초 역할을 하는 조연은 등장과 동시에 자기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 <눈물의 여왕>의 ‘범자 고모’, 김정난은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범자 고모가 ‘사이다 K-고모’가 된 이유

<눈물의 여왕> 의 범자 고모는 아버지에게 대들다 쫓겨난다. tvN 제공

<눈물의 여왕> 의 범자 고모는 아버지에게 대들다 쫓겨난다. tvN 제공

‘홍범자’는 주인공 재벌 3세 홍해인(김지원)의 고모다. 범자 고모는 속으로는 서로를 아끼면서도 마음을 표현하는 데는 서툰 남녀 주인공, 체면을 차리느라 연기하듯이 사는 재벌가 사람들, 검은 속내를 숨기고 접근하는 빌런 등 겉과 속이 다른 인물들이 잔뜩 등장하는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겉과 속이 똑같은’ 캐릭터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폭발시킨다.

여자에 빠져 자식과도 연을 끊고 사는 ‘집안의 절대권력’ 아버지에게 “왜 그렇게까지 돌아버리신 거예요” 라고 소리치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제사상 앞에서 아버지의 애인과 머리채를 잡고 싸운다. 폭행죄로 감옥살이까지 하다 나온 집안의 문제아지만, 사실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한다. 조카 해인의 투병 사실을 알고도 의연한 척하다 혼자 남은 차 안에서 엉엉 울어버리고, 미워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자 누워있는 얼굴이라도 한번 보겠다고 머리채 잡고 싸우던 여자에게 무릎을 꿇고 싹싹 빈다.

자칫하면 ‘비호감’이 되기에 십상인 캐릭터를 ‘사이다 K-고모’로 승화시킨 것은 김정난의 섬세한 연기다. 긴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도 정확하게 귀에 꽂히게 만드는 특유의 딕션, 아무리 개성 강한 캐릭터도 주변에 한 명쯤 있을 것 같은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구현해 내는 입체적인 연기는 그만이 발휘할 수 있는 기술이다. 김정난은 1991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지금까지 70여 편의 작품을 했다. 주연보다는 주로 비중 있는 조연 역을 맡았는데, 때론 주연보다 더 인상적인 조연이라는 평을 들었다.

“주연 그런거 됐고, 배우의 길을 가는거야”

<SKY 캐슬> 에 특별출연한 김정난. JTBC 제공

<SKY 캐슬> 에 특별출연한 김정난. JTBC 제공

<SKY 캐슬>이 대표적이다. 염정아, 김서형 등 쟁쟁한 배우들이 주연한 이 드라마에서 김정난은 단 1회 특별 출연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화제가 됐다. 아들을 서울 의대에 보낸 뒤 자살하는 어머니 역으로 출연한 그는 ‘SKY 캐슬 개국공신’으로 불릴 만큼 초기 시청률 상승에 기여했다. 동네 엄마들에게 “내일 내가 푸지게 쏠게”라고 말하며 해사하게 웃다 돌아선 순간 바로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연기는 지금까지도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김서형은 당시 인터뷰에서 “김정난 연기를 보며 ‘어떻게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연기하는데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고교 입시가 소재인 드라마인 만큼 밝은 톤으로 연기하려고 했었는데, 1회에서 김정난의 연기를 본 뒤 스릴러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SKY 캐슬> 의 김정난. JTBC 제공

<SKY 캐슬> 의 김정난. JTBC 제공

지금은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무의미할 만큼 ‘믿고 보는 배우’가 되었지만,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주연 욕심을 안 내게 된 계기로 ‘카메라를 안 받는 외모 콤플렉스’를 꼽은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여배우의 외모에 관대하던 시절이 아니어서, 예쁘지 않으면 주인공을 할 수가 없었어요. 콤플렉스인 부분을 고쳐보기도 했는데 그래도 카메라는 안 받더라고요. 그 순간 ‘그래, 나는 배우의 길을 가야겠다’ 했어요. ‘주연 그런 거 됐고, 스타는 됐고, 배우의 길을 가는 거야’ 라는 마음을 먹었어요.” (2012년 SBS <고쇼> 중)

마음을 바꾼 뒤로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볼 수 있는 ‘단막극’에 많이 출연하며 실력을 쌓았다. “어차피 평생 이거를 해야 할 사람인데,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아요.”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흥행작이 많아 ‘흥행 감별사’로도 불리는 그는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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