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하는 경제민주화

‘일감몰아주기 규제’ 새누리 최종안, 총수 지분율만 빼고 모두 완화

2013.09.23 22:23 입력 2013.09.23 22:27 수정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해 2월 정당 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추구 행위와 무분별한 중소기업 영역 침해,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 등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을 어렵게 하는 일들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계열사 간, 지배주주 친족 간 부당 내부거래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연말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민주화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경제민주화의 핵심 조항으로 등장했다.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고 편법 상속·증여를 일삼는 일부 재벌 총수는 더 이상 발붙일 자리가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고, 5월 박 대통령이 “기업을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가 아니다”라고 밝히자 재계는 쾌재를 불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계열사 간 정상 거래를 위축시켜선 안된다”며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재계는 규제가 강화되면 삼성전자, 현대차 등도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며 압박했다.

[퇴행하는 경제민주화]‘일감몰아주기 규제’ 새누리 최종안, 총수 지분율만 빼고 모두 완화

우여곡절 끝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7월 국회를 통과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는 총수 일가 지분율을 계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으로 하는 시행령 초안을 내놨다.

시행령 초안에 대해 새누리당은 당초 지분율을 상향할 것을 요구했다가 여론의 역공을 우려해 지분율은 그래도 둔 채 다른 부분을 완화하는 쪽으로 대폭 손질했다. 23일 새누리당이 내놓은 최종안을 보면 ‘내부거래 시 정상 거래가와의 차이가 7~8% 미만이고 거래규모가 연간 200억원 미만’인 경우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또 ‘내부거래율이 10~20% 미만이고 연간 거래액이 200억원 미만인 경우’에도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고쳤다.

당초 공정위 초안에서 제외 대상은 ‘정상 거래가와의 차이가 7% 미만이고 연간거래액이 50억원 미만인 경우’ ‘내부거래율이 10% 미만이고 연간거래액이 50억원 미만인 경우’였다. 새누리당이 재계의 의견을 대폭 수용해 일감 몰아주기 대상의 가격 차와 내부거래율, 거래액을 모두 완화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