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매각 결국 결렬···홍원식 회장 "한앤코에 계약 해제 통보"

2021.09.01 08:20 입력 2021.09.01 16:43 수정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있다.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있다.연합뉴스

남양유업 매각 여부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대주주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1일 입장문을 내고 사모펀드 운영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홍 회장과 그의 일가가 남양유업 보유 지분 53%를 3107억원에 한앤코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 만이다. 한앤코는 “계약이 계속 유효”하다며 “진실은 법원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입장문에서 “매매계약 체결 후 계약 당시 합의되지 않았던 그 어떠한 추가 요구도 하지 않았으며 매수자 측과 계약 체결 이전부터 쌍방 합의가 되었던 사항에 한해서만 이행을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매수자 측은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꾸어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양유업 경영권 이전을 포함한 지분 매매계약 체결 후 계약 종결을 위해 노력했으나 매수인 측의 약정 불이행으로 부득이하게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지난 4월 남양유업이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과장한 것이 사회적 비판을 받자 지난 5월4일 대국민사과와 함께 회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이어 같은 달 27일 한앤코에 남양유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지난 7월29일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이를 연기했다. 한앤코는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 홍 회장 등 매도인들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은 “매수자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 이행만을 강행하기 위해 비밀유지의무 사항도 위배했다”면서 “거래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해당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남양유업 재매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앤코는 법정 다툼을 시사했다. “경영권 주식 매매계약의 해제 여부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법원에서도 한앤코의 입장을 받아들여 홍 회장의 지분이 임의로 처분되지 못하도록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사전 합의된 사항에 대해 입장을 번복했다’는 홍 회장의 주장에 “한 번도 입장을 바꾼 적이 없고 본계약 발표후 홍 회장이 가격재협상 등 수용 곤란한 사항을 부탁한 바가 있을 뿐”이라며 “홍 회장이 무리한 요구들을 거래종결의 ‘선결 조건’이라고 갑자기 내세우는데 모든 합의사항은 서면으로 남아 있는 만큼 진실은 법원에서 객관적 증거에 의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불평등하고 매수인에게만 유리한 계약’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홍 회장은 M&A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합의를 이뤄냈고 거래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들을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이제 와서 불평등하고 매수인에게만 유리하다고 하는 것은 계약불이행에 대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의 매각이 불투명해지면서 남양유업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남양유업은 전날보다 3.19% 떨어진 54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홍 회장의 사퇴 발표 이후 남양유업 주가는 30만원대에서 70만원대로 2배 이상 뛰어올랐다가 최근 50만원대로 하락했다.

<홍원식 회장 입장 전문>

우선 지난 5월 27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어느덧 석 달이 지났음에도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지 못하고 이렇게 마무리 짓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본인은 대표매도인으로서 이미 8월 17일에 밝힌 것과 같이 임시 주주총회일 이전에 거래종결일을 7월 30일로 볼 수 없고, 거래종결을 위해서는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매수인측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협의를 이어나가고자 했습니다.

이는 당사자 간 합의가 끝난 이슈임에도 매수인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들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며, 주주총회를 연기하게 된 것도 매수인이 계약서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도 지키지 않은 채 황급히 거래를 종결하려 하였기에 저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습니다.

주총 연기 후 저는 위 문제에 대해서 매수인과 협상하려 하였으나 매수인은 언론을 통해 저를 비난하거나,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막대한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겁박하기만 할 뿐, 대화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계약상으로도 8월 31일까지는 협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음에도 매수인은 이보다 일주일도 더 앞선 8월 23일, 주식 양도 소송을 제기했다고 압박하는가 한편, 아직 계약이 유효함에도 비밀유지의무를 위배하고 여러 차례 계약이나 협상의 내용을 언론에 알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매수인은 흡사 제가 53%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서도 결정할 수 없는 중대하고, 남양유업에 무슨 결정적 장애가 될 수도 있을 만큼의 무리한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모두 쌍방의 합의가 됐었던 사항임에도 이를 침소봉대하여 발표한 것일 뿐입니다.

오히려 M&A 거래에서는 이례적일 만큼 저는 이번 계약에서 계약금도 한 푼 받지 아니하였고 계약의 내용 또한 매수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계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권 교체라는 대의를 이행하고자 주식 매각 계약을 묵묵히 추진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매수인은 저의 곤궁한 상황을 기회로, 거래종결 이전부터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하고 저와 사전에 했던 약속마저 지키지 않은 채 서둘러 거래를 종결하려 했던 것입니다.

저는 마지막까지 계약이행을 위한 최선을 다하였으나 결국 무산되었고, 그렇게 계약서에 정한 8월 31일이 도과되었기에 부득이 계약을 해제하게 되었습니다.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라는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어 다시 한번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하나, 선친 때부터 57년을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이렇게 쉬이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남양유업이란 이름 안에서 오랜 시간 함께한 임직원, 주주, 대리점, 낙농주, 그리고 고객들에게 있어 그것이 남양유업 대주주의 마지막 책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계약을 해제할 수밖에 없게 만든 매수인에게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 다시는 이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없게끔 하고자 합니다. 이번 일을 통해 많은 시간적,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음은 물론이며, 계약 과정에서 저를 기망한 사실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검토하겠습니다. 악의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노쇼’라고 저를 비방했던 일체의 과정에 대한 책임도 묻겠습니다.

특히 매수인은 계약이행 기간 중임에도, 협의는커녕 부당하게 가처분 신청마저 하였습니다. 계약해제 통보가 이루어졌음에도 이를 취하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손해배상 역시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없이 매우 확고하다는 것입니다. 매수인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니 이번 일로 실망하지 마시고 향후 과정을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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