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무인점포 전환 만지작

2022.07.07 21:48 입력 2022.07.07 22:36 수정

“내년 실질 시급 1만3000원…수익 중 40% 이상 알바 인건비로 지출될 듯”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 연합뉴스

계산기 두드리는 점주들
줄일 수 있는 건 사실상 인건비뿐
‘심야 무인’ 실제로 1년 새 4배 늘어

술·담배 판매 제한 매출 감소 우려
상권 따라 전환 결심도 쉽지 않아
청년들은 일자리 줄어들까 걱정

“(내년) 최저시급은 9620원이지만, 주휴수당과 4대 보험 야근수당 등을 감안하면 실질 최저시급은 1만3000원이 됩니다. (점주) 수익에서 최소 40% 이상이 인건비로 나가는데, 야간 매출이 더 오르지 않는다면 무인운영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고민이 많습니다.”

편의점 점주 A씨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발표 이후 하루에도 여러 번 무인점포로 바꿀지 계산기를 두드린다. 전기세와 임대료 등 고정비 중 줄일 수 있는 건 인건비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품목 제한 때문에 매출이 떨어질 것을 생각하면 섣불리 돌아서기도 쉽지 않다. A씨는 “심야에 무인으로 운영하면 술과 담배, 의약품 등을 팔 수 없어 매출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여름 성수기 이후 야간 매출 추이를 보며 무인화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편의점 점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편의점은 24시간 매장을 운영하는 특성상 최저임금에 민감한 업종으로 꼽힌다. 편의점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권에 따라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무인 시스템을 적용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무인점포는 대부분 인력이 상주하면서 새벽에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형 점포’로 운영된다. 사람 없이 24시간 무인형태로 운영되는 완전 무인점포는 아직 실험단계다.

무인 하이브리드 매장은 증가 추세다.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에 따르면 무인 하이브리드 매장은 올해 5월 말 기준 1300여곳에 달한다. 2020년 말 334개에서 4배가량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기술 혁신·비대면 거래 활성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심야영업으로 얻는 수익이 비용보다 높지 않은 점주들이 운영비를 줄이려는 시도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올해 상반기 기준 월평균 점포 매출이 4357만원으로 인건비와 임대료, 가맹수수료 등을 지불하면 순소득은 손익분기점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혼자 일하는 점주도 늘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편의점주 등 소상공인 1105명을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 대처법으로 ‘기존 인력 감원(34.1%)’이나 ‘인력의 근로시간 단축(31.6%)’을 꼽았다.

편의점주 B씨는 심야(밤 12시~오전 6시) 시간에만 무인으로 운영하며 가족과 함께 18시간을 일한다. B씨는 “공장 인근이라 심야에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힘들어 작년부터 무인화를 시작했다”며 “주유소가 무인으로 전환되는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감안하면 야간운영 무인화는 시대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오스크(무인계산기)가 자리 잡은 프랜차이즈 업계를 넘어 개인 카페 점주들도 도입을 검토하는 곳이 늘고 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키오스크에 대한 공동구매와 사람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로봇바리스타 도입을 문의해 오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은 불안감을 토로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C씨는 “물품 가격표를 교체할 때마다 물가 오름세가 무서워 시급 인상이 체감되지 않는다”면서도 “인근에 무인매장이 느는 것을 보면 청년 일자리가 주는 것 같아 복잡한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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