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회 우승까지 한 'AI 그림'…단순 표절일 뿐 vs 새로운 예술 도구

2022.09.10 08:00

AI가 제작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옆에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우승 표시가 붙어 있다.   제이슨 엘런 디스코드 갈무리·연합뉴스

AI가 제작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옆에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우승 표시가 붙어 있다. 제이슨 엘런 디스코드 갈무리·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이겼고, 인간이 패배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제이슨 M. 앨런(39)은 최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가 미술대회에 출품한 작품이 AI프로그램으로 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AI로 만든 작품의 미술대회 우상 소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퍼지며 논란을 키웠다. 게임기획자인 앨런은 미술대회 수상 소식을 SNS인 디스코드에 올렸고, 이 소식이 트위터로 옮겨지며 예술가들은 물론 누리꾼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AI 작품은 표절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AI 프로그램이 예술가의 또다른 도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회에서 1등을 수상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은 앨런이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했다고 밝혔다. 미드저니는 텍스트로 된 설명문을 입력하면 몇 초 만에 이미지로 변환시켜주는 AI 프로그램이다. 앨런은 미드저니로 만든 작품 중 3점을 대회에 출품했고, 그 중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1등을 차지했다.

앨런이 대회 규정을 어겼다고 볼 수는 없다. 미술대회 디지털아트 부문의 규정을 보면 창작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를 편집하는 행위가 허용된다. 앨런 또한 작품을 제출할 때 미드저니를 사용했다고 명시했다면서 “아무도 속인 적이 없고 어떤 규정도 어기지 않고 우승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AI가 만든 작품을 예술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트위터 상에서는 앨런의 AI 작품 수상 소식을 전하며 “AI로 만든 작품이 미술대회에서 수상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올린 트윗이 1만7000회 이상 리트윗됐고, 8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예술의 죽음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로봇이 올림픽에 나가 우승한 꼴”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 예술가들은 AI 프로그램을 사용한 앨런을 옹호하고 있다. AI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은 포토샵과 같은 디지털 이미지 조작 도구를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AI에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고, 아이디어를 낸 ‘창의성’이 곧 예술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NYT는 새로운 예술 제작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논란이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19세기 화가들은 카메라의 발명으로 예술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 우려했다. 당대 저명한 프랑스 시인이자 예술평론가인 샤를 보들레르는 사진을 “예술의 가장 치명적인 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AI 작품이 예술의 또다른 도구나 장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한편에선 윤리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미드저니를 비롯해 ‘달리-2’ ‘스테이블 디퓨전’ 등 AI 프로그램은 누구나 텍스트를 입력하기만 하면 손쉽게 복잡하고 사실적인 그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들 AI 프로그램은 오픈 웹에서 수백만 개의 이미지를 스크랩한 다음 이미지의 패턴과 관계를 인식해 알고리즘을 만들어낸다. 사실상 인터넷에 작품을 올리는 예술가들이 자신도 모르게 잠재적 경쟁자인 AI를 훈련시키고 있는 셈이다.

기술학자이자 작가인 앤디 바이오는 “그림을 그려주는 AI 프로그램은 마치 마법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너무나 많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사실상 (원본이 무엇인지) 모두 추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술은 물론 예술계 전체가 AI의 도전을 받고 있다. AI는 그림을 그리는 것뿐 아니라 작곡과 연주를 하고 시·소설도 쓴다. 가상인간이나 아바타가 가수나 래퍼로 활동하는 일도 잦아졌다. 하지만 만약 AI가 만들어낸 예술이 원작 도용을 넘어 인종 차별과 같은 사회문제를 야기할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미래학자인 시네드 보벨은 “기술 뒤에는 (그것을 만든) 인간이 있다”며 AI를 만들고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결국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AI가 발전하고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수록 AI가 어떻게 작동하고 추론하는지 이해할 필요성이 더 높아지고, 결국 AI산업에 관한 연구와 관련 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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