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균형발전’은 어렵다?...용인에 세계최대 클러스터 몰아넣기

2023.03.15 10:24 입력 2023.03.15 20:29 수정

수도권 내 반도체 제조공장

수도권 내 반도체 제조공장

정부가 경기도 용인에 2042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과 대만,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정부 지원을 통해 자국 내 반도체 클러스터를 강화하는 데 대응하는 차원이다. 다만, 국가첨단산업 육성 신규투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생산 시설이 결국 또 수도권에 집중됨에 따라 ‘지역 불균형’ 논란이 뒤따른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내용의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바이오·미래자동차·로봇 등 첨단 분야 6대 핵심 산업에 2026년까지 민간 주도로 5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2042년까지 300조원 규모의 대규모 신규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정부는 클러스터에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국내외 우수한 소재·부품·장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등 최대 150개를 유치할 계획이다.

신규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기존 생산단지(기흥·화성·평택·이천 등)와 인근 소재·부품·장비기업, 판교의 팹리스 밸리를 연계한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완성된다. 산업부는 “메가 클러스터에는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디자인하우스-팹리스-소부장 등 반도체 전 분야 가치사슬과 국내외 우수 인재가 모인 ‘글로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선도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반도체는 막대한 규모의 전기와 용수가 필요한 만큼 들어설 수 있는 지역이 한정적”이라며 “대규모 클러스터 조성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도 “이번 클러스터 조성은 세계 4대 장비회사들의 경기 남부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관련 투자 계획과 맞물렸다”며 “앞으로 외국계 회사들의 유치에도 수도권에 조성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그러나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는 지역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향후 5년간 투자액이 340조원으로 전체 국가첨단산업 육성 투자액(550조원)의 절반을 넘는 반도체 생산시설이 주로 용인 일대에 집중된 때문이다. “결국은 또 용인 일대냐”는 반발이다.

경쟁관계인 대만의 경우 TSMC는 초미세 공정이 북부에 있는 신주 과학단지와 타이중 과학단지(중부), 타이난 과학단지(남부)에 각각 위치한 점과도 대비된다. 신주와 타이난은 약 200㎞ 넘게 떨어진 지역이다.

정부는 이번 산단 지정과 별도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사업을 진행 중이다. 유치전에는 경기도 고양·남양주·화성과 대전·충북·경북·경남·부산 등 15곳이 뛰어들었다. 산업부는 6월 중 선정절차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날 정부는 지역균형 논란을 의식해 3300만㎡, 총 1000만평 넘는 규모의 14개 국가 첨단산업단지를 만드는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도 내놨다. 문성요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산단 지정 지역은 용인이 1곳, 지방이 14곳으로 면적으로 보면 용인의 5배 정도 되는 규모로 지방에 성장거점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예외적으로 발표하게 됐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역 첨단 산단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계획은 없어 실효성 논란이 벌써 일고 있다. 이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00조원의 민간투자를 유도한다는 계획과 대조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투자계획이 발표된 것은 6대 첨단산업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지역 산단 투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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