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쉬랑스시대 어수선한 개막

2003.09.01 18:17

은행 창구에서도 보험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방카쉬랑스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사실상 첫 판매일인 1일 각 은행들은 개점휴업상태였다. 대부분의 은행이 이날 금감원에 보험상품 판매 대리점 인가를 신청했기 때문에 고객들이 은행 창구에서 실제로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3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은행의 경우 방카쉬랑스 전용창구가 아예 개설돼 있지 않거나 안내문 하나 없어 벌써부터 ‘반쪽 방카쉬랑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1시40분 서울에 있는 국민은행 명동 본점. 내부 공사로 어수선한 은행 창구에는 모바일금융서비스인 ‘뱅크온’과 ‘로또’ 판매점 전용 창구는 눈에 띄었지만 방카쉬랑스와 관련한 창구나 안내문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창구 여직원 정모 대리는 “금감원에 보험대리점 등록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품 판매는 3일이 될지, 5일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만난 권모씨는 방카쉬랑스에 대해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만 갸우뚱할 뿐이었다.

비슷한 시각, 인근에 있는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은행 중 비교적 준비를 많이 해온 것으로 알려진 하나은행의 경우 ‘방카슈랑스 전용 창구’가 개설돼 있고 책상 위에는 삼성·대한·교보생명의 보험상품 안내 팜플렛 등이 꽂혀 있었다. 하지만 창구는 썰렁했다. 전용창구 직원인 심모씨는 “고객들 중 방카쉬랑스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은 아직 없다”며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정보 소유 등을 둘러싸고 은행과 보험사간 주도권 다툼 양상마저 보였던 방카쉬랑스가 은행의 준비 부족과 홍보 부족 등으로 초반부터 삐걱거릴 조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정보 소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금감원의 감독규정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감독규정이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규정이 은행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며 반발해온 은행이 일단 출발한 것은 ‘방카쉬랑스 성공의 열쇠가 고객 선점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측은 “은행 마감이 끝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전용창구 푯말과 플래카드 준비에 들어가 3일 이후부터 판매가 가능토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준비가 덜 된 곳이 많아 3~4일에도 보험상품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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