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실적부진 ‘속타네’

2003.10.01 18:49

시중은행들이 카드 부실과 신용불량자 급증 등으로 3·4분기에도 실적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은행들 내부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은 다시 상당한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올 상반기에 새로 발생한 부실 여신이 지난 한해 규모를 넘었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1일 직원 월례조회에서 “국민카드와 지난달 30일자로 합병함에 따라 카드 부문 충당금 5천억원을 추가로 적립했다”면서 3·4분기, 나아가 연간으로도 적자 결산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상반기 가계대출·카드부실·SK글로벌 사태로 1조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서 4백7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다. 김행장은 “국민카드의 충당금 기준을 국민은행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추가 충당금 적립이 필요했다”면서 “4·4분기까지 카드 충당금 적립에 따른 손실을 메우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신한지주에 편입된 조흥은행 최동수 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상당한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흥은행은 상반기에 4천1백93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3·4분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상태다.

신한은행 신상훈 행장도 이날 월례조회에서 “SK글로벌 문제와 같은 추가 충당금 적립 요인이 계속 발생하면 올해에 계획한 순익 목표(5천5백억원)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행장은 “신용불량자와 연체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카드채 시장이 경색되고 환율이 급락하는 등 혼미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세계적인 컨설팅사인 매킨지는 우리경제에 대해 일본식 장기불황을 경고했다”고 상기시켰다.

하나은행 윤교중 부행장도 이날 “현재 매우 부진한 상황으로 올해 순익 목표(9천20억원)에 미달할 뿐 아니라 늘 1등을 해왔던 고객 만족 부문에서도 중간 수준으로 처졌다”고 지적했다. 이 은행은 3·4분기까지 2천4백억원 정도의 순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산업은행이 통합신당 임종석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새로 발생한 산업은행의 고정(3개월 이상 연체) 이하 부실 여신은 1조7천3백49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한해의 1조3천5백40억원을 앞질렀다. 산은 관계자는 “올 들어 SK글로벌과 두루넷 등 대기업이 부실화된 데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한 한계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석천기자 milad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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