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불패’는 왜곡된 믿음, 상품 안정성 꼭 따져보라

2011.05.01 21:08
제윤경 | 에듀머니 이사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에서 대량 예금 인출 사태가 빚어지면서 연쇄적인 영업정지가 이뤄지더니 이제는 후순위 채권의 불완전 판매와 사전 인출 사태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VIP에게만 영업정지 정보를 알려주고 예치했던 돈을 사전에 인출해 준 것이다. 금융회사 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산층 서민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드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하루하루 고되게 번 돈을 지켜주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고액 자산가의 자산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는 것이다. 후진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이렇게 영업정지 이후 발생한 불법 예금인출 사건은 둘째치고 판매 과정에서부터 이미 심각한 일이 여럿 발견되었다. 그것은 후순위 채권에 대한 불완전 판매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예금자 보호가 되는 일반적인 예금 상품에 비해 후순위 채권은 해당 금융회사의 신용을 전제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해당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어렵다. 부동산 개발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저축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나온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부실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만큼 저축은행의 재정상태가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회사가 후순위 채권을 광범위하게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자체가 저축은행의 자금 융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일반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학력에 상관없이 대부분이 은행을 과도하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자산이 넉넉하지 않은 일반 소비자의 경우 은행의 공공성과 안정성에 대해 상당한 믿음을 갖고 있다. 언론과 재테크 전문가까지 저축은행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했다. 저금리이기 때문에 1%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에 가입하라는 주문이었다.

은행은 망하지 않을 것이란 신화와 1%라도 더 챙겨주는 서민 금융기관이라는 인식이 서민들로 하여금 저축은행을 찾게 했다. 그런 믿음에 상응하는 서비스와 자산운용은커녕 오히려 고수익을 챙기기 위해 부동산 개발에 과도하게 투자하다 스스로 안정성을 위협받기에 이르렀다.

또한 판매과정에서부터 소비자의 신뢰를 이용해 불완전 판매, 사기에 가까운 판매가 이뤄진 것이다. 안정성에 대한 판단은 고사하고 불패신화에 가까운 왜곡된 믿음을 가진 소비자에게 원금이 보호되지 않는 상품을 판매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소비자들이 좀 더 높은 이자를 받으려는 욕심 때문에 화를 자초했다고 소비자 책임을 거론한다.

그러나 은행에 대한 믿음이 대다수 소비자에게 해당된다는 것과 믿음을 금융회사 측에서 더욱 크게 키워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소비자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 오히려 소비자의 금융회사에 대한 과도한 믿음 때문에라도 판매과정에서 책임 있는 판매가 이뤄지도록 감독하는 것이 우선됐어야 한다. 그럼에도 후순위 채권 통장에 예금자 보호가 된다는 식으로 표기했던 금융회사도 있다. 이쯤 되면 거의 사기 판매에 가깝다. 애초에 건전하지 못한 기업의 채권을 소비자에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감독했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 이제 어렵게 번 돈을 지키기 위해 소비자들은 금융회사에 대한 믿음을 던져 버려야 현명해진다는 교훈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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