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린내 없는 스페인 수산시장

2012.07.01 21:32 입력 2012.07.01 23:34 수정
김다슬 기자

김다슬 기자 현지 르포

수의사가 24시간 위생점검… 플라스틱 생선박스 ‘깔끔’

지난달 19일 오전 6시, 스페인 갈리시아주 비고(Vigo)항. 여명 속에서도 이곳의 공동어시장은 활기가 가득했다. 국가는 재정·금융위기에 신음하고 있지만, 수산대국 스페인은 건재한 모습이었다. 1만㎡ 규모의 어시장은 참다랑어, 대구, 황새치 등 각종 생선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상인들은 시장 곳곳에서 ‘작은 경매’를 진행했다. 손 마이크를 든 경매인과, 쉼 없이 오가는 상인 등 어시장은 얼핏 한국과 다르지 않아보였다.

비린내 없는 스페인 수산시장

그러나 차이는 후각에서부터 시작됐다. 한국의 수산시장이 안고 있는 큰 문제가 바로 심한 악취다. 해산물에서 흘러나온 고인 물, 부산물, 찌꺼기 등이 뿜어내는 비린 냄새로 고객은 인상을 찌푸리기 일쑤다. 그러나 비고 어시장은 싱싱한 생선냄새가 바다 내음과 어우러져 악취가 거의 나지 않았다.

냄새 없는 어시장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엄격한 ‘위생관리 시스템’ 덕분이다. 매일 바닥을 청소하고, 담배를 피우거나 침을 뱉는 등의 행위도 할 수 없다. 3명의 수의사가 24시간 3교대로 위생점검을 하고 있다. 생선은 절대 바닥에 놓지 못하고 규격 박스에만 담겨 있어야 한다. 함께 이곳을 방문한 국내 수산업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생선을 바닥에 늘어놓는 관행 때문에 수입 여부를 상담하기 위해 견학 온 외국 바이어가 기함을 하고 돌아간 웃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청결함은 생선 박스에서도 발견됐다. 한국은 나무로 된 비위생적인 박스를 수차례 쓰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이곳은 플라스틱 바구니만을 사용한다. 비고항 관리자인 루이스 고메스는 “나무는 못을 쓸 수밖에 없는데 곧 녹슬기 시작해 매우 비위생적”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갈리시아주의 비고항 내 공동 어시장에서 직원이 황새치에 부착된 바코드를 점검하고 있다.

스페인 갈리시아주의 비고항 내 공동 어시장에서 직원이 황새치에 부착된 바코드를 점검하고 있다.

사용한 박스는 당일에 선주협회에서 바로 수거해서 60~70도의 물로 세척한다. 어시장 바로 옆에 있는 세척장에서는 수거된 박스들이 레일에 실려 수차례의 세척 단계를 거친 후 말끔한 모습으로 나왔다. 홍합·굴 등의 세척장을 운영하는 하비에르 로살레스는 “정부에서 수시로 위생점검을 하기 때문에 미생물 전문학자를 직원으로 고용해 관리한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가장 큰 비고항에는 지난해 90만t의 물량이 거쳐갔다. 카를로스 로사다 솔테오 총책임자는 “서류와 물품이 일치하는지, 품질이 확실한지, 콜드(냉동) 체인 시스템이 끊어지지 않았는지를 체크해 기준에 미달하면 바로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30개 컨테이너 분량의 참치가 서류에 도장이 찍힌 날짜와, 실제 날짜가 맞지 않아 전량 반품됐다.

한국의 대표적 수산시장인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은 올해 45년 만에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한다. 노량진이 오랜 역사와 함께 수산물 도매시장으로서의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심한 악취와 함께 주차공간 부족 등 열악한 시설 탓에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수산 관계자는 “문제는 하드웨어뿐만이 아니다”라며 “엄격한 위생 규정과 정부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점검·관리가 병행돼야 깨끗하고 믿을 수 있는 어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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