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가다 또 치솟는 국제 유가…쓸 카드 마땅찮아 속 앓는 정부

2022.06.02 22:49 입력 2022.06.02 22:50 수정

중 봉쇄 해제·러 석유 금수 합의

전달보다 배럴당 20달러 이상 ↑

유류세 인하·보조금 이미 확대

산업부, 가격 회의 매주 열기로

내려가다 또 치솟는 국제 유가…쓸 카드 마땅찮아 속 앓는 정부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민생안정을 위한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유법민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최근 경유 공급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라며 “석유공사, 농협, 도로공사 등 알뜰공급사에서 선제적으로 공급가격 인하분을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먼저 내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을 보면 지난달 19일 배럴당 140.70달러까지 하락했던 국제 경유가격은 31일에는 168.43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3월9일(180.97달러) 이후 최고치다. 국제 휘발유 가격(보통휘발유 해당 92RON 기준)은 배럴당 151.13달러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부의 ‘협조요청’이 가격 변동을 예측하지 못한 무색한 대책이 된 것이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주요 도시를 봉쇄한 중국이 일부 시설 개방을 허용하면서 또 뛰어올랐다.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부분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이에 따라 4월 초 주요 석유 소비국 모임인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로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격도 지난 1일(현지시간) 115달러대까지 상승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 급등으로 당분간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 오름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지난달 26일 나란히 ℓ당 2000원을 돌파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일에도 오후 4시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날보다 2.42원 오른 ℓ당 2017.79원에서 거래됐다. 경유 가격도 2011.18원으로 1.71원 올랐다.

2일(현지시간)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 플러스 회의에서 대규모 증산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잇달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모두 뛰었지만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마땅치 않다. 이미 정부는 유류세 인하폭을 30%로 확대했고 어민·물류업계 등을 대상으로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도 확대했다.

산업부는 비정기적으로 열었던 석유제품 가격 점검회의를 매주 열고 업계와 가격 안정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휘발유·경유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오름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점검회의를 차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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