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비웃는 기술…줄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

2023.09.18 06:00 입력 2023.09.18 06:20 수정

‘n번방 방지법’ 시행 3년…여전한 사각지대

작년 유해정보 차단 18만여건
법 통과 후에도 매년 증가세

웹하드 음란물 판별 기술 한계
육안으로 일일이 보면서 차단
방통위 모니터 요원 40명 전담
“역부족…기술·인력 보강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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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불법유해정보 적발 사례가 줄지 않고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웹하드에 콘텐츠 업로드 시 자동으로 음란물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을 도입해 사전 거름장치를 마련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으로, 현장에서는 여전히 모니터링 요원들이 직접 육안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사후 차단하는 일이 많다.

17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음란정보와 불법촬영물로 대표되는 불법유해정보 차단 건수는 지난해 18만3500건으로 집계됐다. 불법유해정보 차단 건수는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되기 전인 2019년 10만3825건을 기록한 이래 2020년 15만1009건, 2021년 15만7663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불법유해정보 차단·삭제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2019년 8억3200만원에서 2020년 11억2900만원, 2021년 27억6500만원, 2022년 27억65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편성된 예산은 31억7700만원으로 2019년의 3.8배로 증가했다.

2020년 6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통과로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웹하드 사업자들에게 불법유해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가 의무적으로 부과됐다. 이후 방통위가 시행령을 마련해 그해 12월부터 웹하드 사업자들은 신고기능 마련, 금칙어 규정, 비교식별기술, 경고문구 도입 등의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비교식별기술은 기술적으로 불법유해정보 유통을 차단할 수 있는 조치다. 이 기술은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콘텐츠의 고유한 특징 정보를 추출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 뒤 임의의 영상물을 DB와 비교·분석해 음란물 여부를 판독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기술을 회피하는 유통 수단 등이 생기면서 모니터링 요원들이 일일이 웹하드에 올라온 사진이나 영상을 직접 실행해서 보거나 외부 신고를 받고 차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불법을 가려내고 있지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방통위에서 유관 사업을 위탁받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소속 모니터링 요원 40명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모니터링 요원은 2017년 30명에서 출발해 2021년 10명이 보강됐지만 그 뒤로 추가 증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적은 인원이 지속적으로 불법유해정보에 노출되다 보니 정신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 의원은 “n번방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악성 유포자들이 기술적 조치를 우회해 음란물을 유통하는 상황인 만큼 이를 제어할 수 있도록 기술적 수준을 올리고 모니터링 요원 수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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