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사업비 97%는 빌린 돈…KDI “자기자본 비율 높여야”

2024.06.20 14:16 입력 2024.06.20 16:27 수정

지난 3월1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조태형 기자

지난 3월1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조태형 기자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평균 3%에 불과한 자기자본이 투입되고 사업비의 97%는 빚을 내 추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국에서 이 비율이 30~40%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낮은 자기자본은 높은 보증 의존도를 수반하고, 이는 소위 ‘한탕주의’를 추구하는 구조로 이어져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내용을 담은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 보고서를 20일 발표했다. 2019년 100조원 미만이던 PF 익스포저(대출금+보증금) 총액은 지난해 160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절차에 들어가는 등 PF 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KDI는 부동산PF 부실의 근본 원인으로 국내 시행사의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를 꼽았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KDI가 조사한 국내 300여개 부동산 PF 사업장에서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은 평균 3.2% 수준이었다. 평균 총사업비 3749억원 가운데 자기자본은 118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3631억원은 빌려서 충당한 것이다. 자기자본 비율은 주거용(2.9%)이 상업용(4.3%)보다 낮았고, 수도권(3.9%)보다 지방(2.3%)이 낮았다.

이는 주요 선진국에서 하는 부동산PF 사업의 자기자본 비율이 30~40% 수준인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PF 사업 자기자본비율은 33%, 일본은 30%, 호주는 40%다. 일본 대표 상업시설인 롯폰기 힐스와 아키하바라 UDX의 경우 각각 37%, 36% 자기자본이 투입됐다. KDI는 “주요 선진국은 시행사가 자기자본의 33~50%를 직접 투입하고 나머지는 다른 지분투자자(리츠·연기금·건설사 등)를 유치해 조달한다”면서 “시행사가 아닌 제3자가 지급보증을 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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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별 부동산PF 자기자본비율

토지비까지 PF 대출로 충당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에서는 시행사가 토지비의 10% 수준인 토지 계약금만 자기자본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브릿지론으로 조달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네덜란드는 시행자가 토지 확보 후 건축허가권을 취득해야만 은행 대출이 가능하다. KDI는 “미국·일본 등은 자기자본으로 토지를 미리 확보하고 공사비만 PF 대출을 통해 조달한다”며 “인허가 실패 시 본PF 차환이 안돼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다.

KDI는 기형적인 부동산PF 구조로 영세 사업장이 난립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수 천억원대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자기자본을 극히 일부만 투입해 수 백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어 소위 ‘한탕’을 노리는 행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시행사는 6만개가 넘는다.

이같은 시행사 난립은 국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KDI 진단이다. 사업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묻지마 투자’가 빈번해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거시 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KDI는 간접부동산투자회사인 리츠의 지분투자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리츠는 리츠법에 따라 최소자기자본 비율 규제가 적용된다. 실제 개발사업을 수행하는 리츠 137개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기준 27.3%로 일반 PF 사업장에 비해 높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고, 제3자 보증을 폐지해야 한다”면서 “리츠를 시행주체로 육성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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