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마케팅 비용 제한’ 있으나 마나

2011.02.01 17:42
백인성 기자

빅3 매출의 24%이상 지출… ‘22% 가이드라인’ 어겨

업계 과열 판촉 통제 안돼 ‘부담’은 소비자에 전가

지난해 도입된 이동통신사의 마케팅비용 가이드라인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의 가입자 유치를 둘러싼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매출의 22% 이상 마케팅 비용을 쓰지 못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이통 3사의 마케팅 비용은 이를 모두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이드라인은 도입 당시에도 실효성은 물론 정부의 월권행위라는 논란을 빚었다.

1일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3사는 매출 대비 22%로 규정된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사 ‘마케팅 비용 제한’ 있으나 마나

지난해 SK텔레콤의 마케팅비용은 2조9737억원으로 연간 매출액 12조4600억원 대비 24.2%에 달한다. LG유플러스의 마케팅비용 역시 1조6908억원으로 전년보다 13% 증가하며 통신서비스 매출기준 26.8%에 이른다. KT 역시 지난해에 비해 2.4% 늘어난 2조8259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면서 통신서비스 매출기준 25%가량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케팅 비용은 대부분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 형태로 지급된다.

지난해 상반기 중 통신 3사의 무선분야 마케팅 비용은 매출액 대비 26.3% 수준이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불구하고 경쟁상황은 거의 개산되지 않은 셈이다.

당시 통신사들은 “하반기 마케팅 비용을 줄여 연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겠다”고 공언했으나 KT에서 아이폰4를 내놓고 판촉전에 나서자 이탈자를 막기 위해 경쟁사들의 보조금 지급 경쟁이 과열됐다.

이처럼 마케팅 비용이 올라가면 이용자들에게 해당 비용이 전가되는 문제가 있다.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결국 마케팅 비용은 기본료나 통화요금에 포함되는 것인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5월 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마케팅비 총액 규제를 통해 과열 경쟁을 막고 이를 콘텐츠 육성 및 무선인터넷 인프라 확충으로 유도하기 위함이다. 통신 3사는 이에 합의하고 2010년에는 매출의 22%, 2011년에는 20%를 마케팅 비용 한도로 정하는 가이드라인에 동의한 바 있다.

그러나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은 행정지도 형태라 통신 3사는 이를 어겨도 직접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어느 한쪽이 올리면 나머지 둘은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함께 지출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2010년에는 통신 3사 모두가 함께 (가이드라인을) 넘긴 만큼 방통위가 특정 회사를 골라 제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 준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수시로 표명했지만 현재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민간 기업의 마케팅 비용을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시장논리에 반하는 월권행위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방통위는 이달 초에 예정된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이통 3사 최고경영자들의 간담회에서 가이드라인 준수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향후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불공정 행위가 발견될 경우를 감안해서 제재 수위를 조절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관련 규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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