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도까지 오른 동해…오징어 ‘대탈출’

2024.04.28 21:52 입력 2024.04.28 21:53 수정

어획량 매년 ‘뚝’…작년 2만3000t

동해 표층수온 55년간 1.82도 올라

중국의 남획도 자원 감소 부채질

갈치 등 난류성 어종은 개체 증가

25.8도까지 오른 동해…오징어 ‘대탈출’

“딱히 할 것도 없고, 벌어놓은 돈만 까먹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 구룡포 연근해에서 40년 넘게 오징어를 잡아온 황우철씨(64)는 오징어 관련 뉴스를 볼 때면 한숨부터 내쉰다. 황씨는 최근 몇년간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자 지난해 10월 조업을 포기하고, 47t짜리 채낚기 어선을 감척(어선 폐선)했다. 한때 오징어 어획량 1위를 자랑한 구룡포에서는 채낚기 어선 50여척 중 절반 정도가 감척됐거나 감척을 신청한 상태다. 황씨는 “오징어 주어기(9월~이듬해 2월)에도 오징어가 잡히질 않는다”며 “조업을 나가도 기름값이나 인건비도 못 건지는데 무슨 수로 버티겠냐”고 했다. 폐업지원금은 빚 갚는 데 거의 다 썼다.

동해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 2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은 2만3343t으로 전년 대비 36.2% 감소했다. 오징어 연간 어획량은 2021년 6만880t에서 2022년 3만6578t 등으로 매년 급감하고 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직접적 원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23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를 보면, 최근 55년(1968~2022)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 상승률은 1.36도로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에 비해 2.5배 이상 높았다. 이 중 동해 표층수온 상승률은 1.82도로 국내 해역 최고치였다. 지난해 8월에서 10월 초 동해의 평균 표층수온은 25.8도였다.

오징어는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표층에 주로 서식, 저층에 서식하는 어종들에 비해 수온 등 환경 변화에 취약한 편이다.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오징어 주 서식지인 연근해 동해 남부해역의 수심 50m 평균 수온(12~18도)과 표층수온(15~23도)이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산란장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동해에 서식하던 오징어들이 러시아 등지로 북상하면서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의 남획도 오징어 어획량 감소 원인 중 하나다. 김 박사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엔 주로 중국 어선들의 북한 해역 내 오징어 남획이 두드러졌고, 최근엔 일본, 북한, 대만 등도 경쟁적으로 오징어 어획에 나서면서 전체적인 자원량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오징어를 제외한 연근해 주요 어종 대부분은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늘었다. 멸치 14만8000t(전년 대비 11.8%), 고등어 12만t(8.3%), 갈치 6만t(12.2%), 삼치류 4만6000t(28.2%), 꽃게 2만7000t(24.5%) 등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기후변화 영향을 동일하게 받는 어종 간에 어획량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어종의 생태학적 특성과 해류 변화 등 때문이다. 따뜻한 물에 사는 갈치의 경우 수온 상승과 함께 발달한 동중국해 난류를 타고 북상하는데, 이로 인해 우리나라 해역에 개체 수가 늘면서 어획량이 증가했다.

김 박사는 “단년생(12~14개월)이면서 (동중국해와 러시아 해역 등) 회유 경로가 긴 오징어와 달리 삼치와 방어 등은 다년생이면서 회유 경로가 짧고 덩치가 커서 오징어에 비해 수온 상승이나 수온의 급격한 변동 등에 대해 내성이 강한 편”이라며 “이러한 어종 특성이 개체 수 증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