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3월 수출감소…경기회복 春夢?

2001.04.01 19:18

북미 대륙의 경착륙 조짐과 일본 열도의 경기악화가 우리 경제를 강타할 낌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이 3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경제에의 충격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무역수지 흑자’를 위안삼으면서도 경기회복의 관건이었던 수출의 부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수출부진은 또 이미 나타나고 있는 환율 급등, 물가상승, 실업률 상승 등에 더해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여파는 IT로부터=대미·대일 수출비중이 각각 전체의 21.8%, 11.8%인 상황에서 두 나라의 경기하강은 일찍부터 수출전선에 ‘빨간등’을 점화시켜왔다. 하지만 3월의 수출 격감은 미·일의 영향이 다소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당초의 예상과 다른 것이다.

특히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 2월 32개월만에 마이너스(-0.6%)로 돌아선 뒤 3월 마이너스 2%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수출 가운데 15.1%를 차지하며 연간 38%의 높은 수출증가율을 보였던 반도체가 이번에는 마이너스 24%로 추락했다. 또 컴퓨터 역시 지난해 4·4분기 이후 마이너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범세계적인 정보기술(IT)산업의 침체를 증명하고 있다.

자동차(감소율 7%)와 섬유(" 9%), 철강(" 3%), 가전(" 2%) 등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증가율 16%), 중남미(23%), 유럽(10%) 지역의 수출증가와 선박·해상 플랜트, 일반기계 등 전통산업의 수출호조가 마이너스 폭을 줄이는 완충 역할을 했다.

◇불건전한 무역흑자 구조=산업자원부는 1·4분기 누계로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24억2천8백만달러를 기록했다는 데 위안을 삼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같은 무역수지 흑자가 생산·투자의 토대인 원자재·자본재의 수입 격감에 따른 것이어서 향후 생산 및 수출이 더욱 악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결국 수출 전반에 영향을 미쳐 무역수지를 적자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수출 선행지표 가운데 하나인 수출신용장(LC) 내도액은 1월 마이너스 6.0%, 2월 마이너스 19.3%, 3월1~10일 마이너스 15.1% 등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과 유럽이 자동차·철강 등 분야에 대해 수입규제 고삐를 바짝 당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출 돌파구를 더욱 좁혀놓고 있다. 또 비주력 품목인 선박, 해양 플랜트 등 중공업만으로 수출을 견인하기엔 한계가 있고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향상도 엔화의 달러에 대한 동반약세로 희석되고 있다.

◇내수경기에도 영향 미칠 듯=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처럼 대외의존도가 높고 신용경색이 심각한 경제에서는 수출감소 충격이 곧바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내수부문의 동반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심재웅 연구위원은 “수출감소로 기업의 내부자금이 줄어드는 반면 외부자금 조달비용이 증가함으로써 투자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석천기자 milad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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