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삼두아파트’···GTX관통 ‘은마’는 괜찮을까

2023.02.05 11:00

삼두아파트, ‘북항터널’ 개통 이후 지반침하 진행

시공사 “공사과정 문제 없었다”

1심 법원 “공사와 붕괴 간 인과관계 없어”

건물이 뒤틀리고 땅이 가라앉지만 책임자 無

인천중앙장로교회 벽면에 부착된 시설물안전관리센서와 계측장치. 교회는 최근 재건축을 결정했다. 류인하 기자

인천중앙장로교회 벽면에 부착된 시설물안전관리센서와 계측장치. 교회는 최근 재건축을 결정했다. 류인하 기자

2017년 3월 23일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인천북항터널’이 개통되자 인천 송도에서 김포 한강신도시까지의 이동시간은 최대 85분에서 25분으로 줄어들었다. 말 그대로 획기적으로 단축이다.

보령해저터널이 개통하기 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로 이름을 올렸던 북항터널은 총 길이 5.46㎞로, 바다 밑을 관통해 가운데 지점은 해수면으로부터 59m까지 내려간다. 하루 평균 5만명 이상이 이 해저터널을 이용한다.

바다를 관통하는 해저터널인 만큼 바닷물 또는 지하수가 당연히 유입된다. 그런데 자꾸 터널 내 침수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첫 침수사고 기록은 개통 4개월만인 지난 2017년 7월 23일이다. 당시 인천에는 시간당 60~70㎜의 강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영향으로 터널 내 200m 이어진 도로에 높이 1m 가량의 빗물이 들어찼다. 터널 내 설치된 대용량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발표됐다.

인천북항터널 노선 개요도. 인천김포고속도로 홍보 브로셔 이미지 크게 보기

인천북항터널 노선 개요도. 인천김포고속도로 홍보 브로셔

침수사고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그때마다 원인은 배수펌프 오작동이었다. 지난해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북항터널 유지보수를 위한 차량 통제는 175차례 이뤄졌으며, 이 중 61건이 배수로 문제였다.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 11월 19일에도 터널 내 도로가 침수되면서 차량통행이 1시간 40분간 제한됐다. 역시나 배수로 펌프 고장이 원인었다. 당초 설계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물이 터널 내로 들어와 배수펌프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아파트 단지 밑에서 터널을 뚫기 위해 다이너마이터를 터뜨렸다가 매립토가 쏟아진 거죠. 여기는 암반지역이 아닙니다. 39일 동안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마감처리도 제대로 못 했겠죠. 주민들은 지금 잇따른 침수사고 원인이 당시 터널 바깥쪽에 설치해야 할 차수막을 시공업체가 제대로 치지 못한 탓이라 생각합니다.”(인천 삼두1차아파트 입주자대표 조기운씨)

■‘해저터널’ 북항터널의 잇따른 침수사고

조기운씨는 6년째 삼두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으며 시공사와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두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밑으로 북항터널이 들어선다는 것을 지난 2015년 다이너마이트 폭파음과 진동을 느끼고 처음 알았다. 주민 A씨는 “지진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북항터널은 바다를 관통하는 해저터널이지만 육지와도 연결된다. 터널의 일부가 도심 한 가운데 지하를 관통하고 있다는 얘기다. 터널 내부에는 각 번호가 표시돼 있는데 9번과 10번 구간 바로 42m 위에 삼두1차아파트가 있다.

인천중앙장로교회 건물 천정이 갈라져 있다. 류인하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인천중앙장로교회 건물 천정이 갈라져 있다. 류인하 기자

북항터널이 지나는 길에는 인천중앙장로교회도 있다. 김은상 장로는 “당시 목사님이 수요예배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쾅쾅’소리가 나니까 ‘이게 무슨 일이냐’며 설교를 멈춘 적도 있다”고 말했다. 북항터널이 개통한 지 6년. 교회는 뒤틀렸고, 삼두아파트는 가라앉고 있다.

3일 찾아간 교회 벽면 곳곳에는 ‘시설물안전관리센서’가 부착돼 있었다. 벽면의 갈라지는 폭을 측정하는 계측장치도 균열면마다 설치돼 있었다. 진동을 감지하는 시설물안전관리센서는 붕괴위험이 높은 건물에 설치된다. 즉 언제 붕괴되더라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상태라는 얘기다. 철문은 천정이 내려앉으면서 구겨졌다. 교회는 최근 건물 재건축을 결정했다.

인천중앙장로교회 건물 내 철제문틀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휘었다. 류인하 기자

인천중앙장로교회 건물 내 철제문틀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휘었다. 류인하 기자

평지였던 삼두1차아파트는 단지 바닥은 곳곳이 내려앉거나 갈라지면서 돌연 경사지가 됐다. 땅이 갈라지면서 단지 바닥은 가라앉는 중이다. 2015년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을 하며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건물 아랫면이 7~8㎝ 이상 노출된 상태다. 지난 5년 새 땅이 7~8㎝ 내려앉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에는 단지 한 가운데에 지름 20㎝ 크기의 싱크홀이 생겼다.

며칠 전에는 아파트 복도 섀시가 건물 바깥쪽으로 밀려 떨어져 나가면서 소방차가 긴급출동 했다. 아파트 건물이 기울고 있는 증거다. 지난 2019년 4월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아파트는 측정지점에 따라 최대 82㎝까지 기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울어진 방향은 2개 동 모두 터널이 지나가는 쪽이었다.

인천동구청은 지난달 관리사무소에 “단지 입구에 ‘구조안전 위험시설물 알림’ 푯말을 세우라”라는 공문을 보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위험하니 지나다니지 말라”는 표지판을 설치하라는 얘기다.

그러나 법원은 삼두1차아파트와 인천중앙장로교회에서 발생하는 붕괴현상은 북항터널 공사와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교회와 삼두아파트 입주민 164명이 지난 2018년 11월 29일 건설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3년여 만에 지난 2021년 12월 22일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감정평가사가 내린 감정평가서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인천 삼두1차아파트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아파트 담벼락과 땅 사이가 8cm이상 분리됐다. 땅이 내려앉고 있는 것이다. 류인하 기자

인천 삼두1차아파트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아파트 담벼락과 땅 사이가 8cm이상 분리됐다. 땅이 내려앉고 있는 것이다. 류인하 기자

삼두1차아파트에서 발생하는 균열은 아파트가 잘못 지어진 탓이고, 인천중앙장로교회 건물의 뒤틀림현상은 교회가 부속건물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봤다. 터널공사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법원이 내린 결론이었다.

■뒤틀린 교회·가라앉는 아파트

항소심에는 재판부가 삼두 주민들의 재감정 신청을 받아들이며 새 국면을 맞았다. 다만 7개월째 재감정을 해줄 감정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9명의 감정인에게 후보자선정통지서를 보냈지만 일부는 불능사유서를 제출했고, 일부는 후보취소요청서를 냈다.

지난해 10월 갑자기 삼두1차 아파트 단지 내에 직경 20cm의 싱크홀이 생겼다. 류인하 기자

지난해 10월 갑자기 삼두1차 아파트 단지 내에 직경 20cm의 싱크홀이 생겼다. 류인하 기자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 밑으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이 관통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23일 주민간담회에서 “GTX는 60m 이상 대심도 터널공사고, 은마아파트 구간은 발파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TBM공법으로 계획돼 있다”면서 “단순히 지하를 통과한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안전하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면서 노선 우회를 요구하며 정부와 맞서고 있지만 GTX는 예정대로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GTX가 관통한다는 것만으로 삼두아파트처럼 집이 무너져 내리고 지반이 침하할 것이라고 단정지을 근거 역시 어디에도 없다. 다만 북항터널도 GTX처럼 공식적으로는 ‘안전하게’ 지어진 지하터널이다.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바라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그 일대. 연합뉴스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바라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그 일대. 연합뉴스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 회장이 최근 작성한 의견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온다.

“은마아파트 하부 터널이 관통하는 지점과 인근 탄천과의 이격거리는 400∼500m 정도로 지반침하 선행조건인 지속적이고도 다량의 지하수 유입원이 존재한다. 지형적으로도 지대가 낮아 지하수 흐름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GTX-C 터널은 진동속도 전파가 매우 빠른 경암층에 건설되고, 아파트 진동 전달과정에서 진동을 상당부분 저감시킬만한 토사층이 전혀 없다. 아파트는 GTX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 영향을 항구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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