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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두아파트 ‘지반침하’ 설명 못한 지하안전평가… GTX-B는 괜찮을까

2023.08.27 16:28 입력 2023.08.27 19:52 수정

인천 삼두1차아파트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아파트 담벼락과 땅 사이가 8cm이상 분리됐다. 류인하 기자

인천 삼두1차아파트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아파트 담벼락과 땅 사이가 8cm이상 분리됐다. 류인하 기자

인천 삼두아파트 인근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가 인천북항터널공사로 인한 대규모 지하수 유입과 토사유실때문이라는 한국터널환경학회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삼두아파트 붕괴와 터널공사는 무관하다”는 지금까지의 법원 판단을 뒤집는 것이어서 파장이 주목된다. 삼두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바닷가를 매립한 다른 인천 지역에서 GTX-B 관통으로 인한 지반침하 우려가 새롭게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관련기사 : 가라앉는 ‘삼두아파트’···GTX관통 ‘은마’는 괜찮을까

27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한국터널환경학회의 ‘인천북항터널 지반침하 조사보고서’는 삼두아파트 인근(인천중앙장로교회)의 지반침하 원인으로 터널공사로 인한 대규모 지하수 유출과 이에 따른 토사유실을 지목했다. “터널 발파 공사가 시작된 이후 지반이 내려앉기 시작했고, 이후 건물에 금이가는 현상이 목격됐다”는 주민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론이다.

보고서는 터널 굴착이 시작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7개월 간 삼두1차아파트와 인천중앙교회 바로 아래 구간에서만 1일 평균 최대 4000t의 지하수가 유출됐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한 지반침하 규모는 12cm로 추정했다. 삼두 아파트 인근의 지반침하가 2.918mm에 불과하다는 본 법원 감정평가사의 감정결과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기존 평가선 ‘토사유실’ 제대로 반영 못해

보고서는 기존 지하안전평가 방식으로는 삼두아파트의 지반침하 규모가 과소 추정될수밖에 없다고 봤다. 지하안전평가는 해당 지역의 지질 구조와 지하수의 흐름을 분석함으로써 대규모 지하 공사의 지반침하 위험성을 사전에 조사하는 제도다. 현재는 터널 굴착에 따른 지하수위 변화와 이로 인한 즉각적인 지반침하만 고려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반면 지반침하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토사유실’은 제대로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토사는 작은 알갱이로 쪼갤 수 있다는 점에서 재료의 특성상 불연속체로 봐야하는데, 현재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토사를 연속체로 가정한 해석을 내리고 있어 결과에 큰 차이가 난다.

보고서는대규모 지반침하가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는 인천 삼두아파트도 현재 방식으로 지하 안전평가를 시행할 경우 지반 안전성에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이라며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터널환경학회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원심모형시험기(지오센트리퓨지)라는 새로운 실험 모델을 도입했다. 우선 지반침하가 발생한 삼두1차아파트와 인천중앙장로교회 주변의 토사를 추출하고, 이를 특수제작된 시험기에 넣어 원심력을 가해 지하수가 유입되는 환경을 구현했다. 이후 그 결과값을 바탕으로 다시 수치해석을 진행했다.

보고서는 이를 통해 “지하수위 하강에 따른 토사유실 및 연약 점성토층의 압밀침하로 인해 대규모의 지반침하가 발생했다”고 결론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두아파트는 갯벌을 매립한 지형이어서, 매립토 아래가 손으로 꾹 누르면 들어갈 정도의 연약한 지반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약 지반에 위에 있는 매립토가 서서히 무게를 가하게 되면, 단순히 물만 빠졌을 때보다 더 많이 침하가 발생하는 ‘압밀 침하’가 발생하게 된다.

시공사 고의·과실 쟁점될수도

이번 보고서로 삼두아파트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가 바뀔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심 법원은 2021년 법원 감정평가사의 감정결과를 근거로 “해당 붕괴현상과 북항터널 공사는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두아파트 주민들은 인천북항터널 발주처인 국토교통부와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법원은 감정평가 결과를 근거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반침하 규모가 너무 미미한 만큼, 건물의 무너짐과 균열은 터널공사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기존 감정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삼두 주민들의 재감정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소 1~2년에 걸쳐 진행되는 지반침하 계측을 준공 전 조기 종료한 시공사의 고의·과실도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보고서는 “만약 공사 전 지표계측을 조기에 종료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차수공사를 시행해 적절히 대응했다면 미연에 방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삼두아파트처럼 취약한 지반 구조를 가지고 있는 다른 GTX 관통 지역의 지반침하 위험성도 우려된다. 실제 바닷가를 매립해 해안점토질(갯벌)을 가지고 있는 인천 송도에서도 지반침하가 보고된 바 있다.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장은 “현행 지하안전평가는 암질의 취약성 등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한계가 뚜렷하다”면서도 “이에 대한 개선과 함께 취약지역에서의 대규모 지하수 유출을 협의내용으로 억제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법의 개정도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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