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주식특강

증시바닥은 외국인이 만든다

2004.09.01 18:07

지난달 12일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미국이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과는 대조되지만 우리의 금리 인하는 그만큼 경제 사정이 심각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식한 것이어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금리 인하를 신호탄으로 정부는 일련의 경제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 중소기업 조세 감면, 소득세 인하, 개인 신용불량자 구제대책 등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경제 회복은 시장 흐름에 맡기겠다는 식의 정부 태도가 변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2003년 봄부터 우리 증시에서 10조원 이상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이 2004년 4월부터 불과 2조원도 안 되는 주식을 순매도하자 우리 증시는 세계 증시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단기간에 급락했다.

외국인들은 2003년 공격적으로 우리 증시를 끌어올려 엄청난 평가익을 기록했지만 이것은 숫자에 불과했던 것이고 정작 그들이 얼마간 이익을 실현하려고 하자 우리 증시는 모래성처럼 무너지면서 그들은 이익은커녕 손실을 입게 될 상황이 됐다. 이에 놀란 외국 펀드 관계자들이 정부 당국을 찾아다니면서 우리 정부의 상황 인식을 탐색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광경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사실 외국인들이 단기간에 10조원 정도의 주식만 처분해도 우리 증시는 공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고, 그들이 우리 경제의 장기적 전망에 대해 비관하고 떠나면 언제라도 제2의 IMF사태가 연출될 수도 있을 정도로 우리 경제는 허약하다.

2003년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에게 주식을 넘겨주고 증시를 떠나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외국인들만 손실을 입고 끝날 상황은 아니었다.

외국인들은 7월부터 우리 증시에서 매도를 자제하고 저점 매수에 나서면서 증시 하락을 의도적으로 막는 모습이었고 8월에는 미국 증시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는 오히려 상승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들이 진행된 다음에 전면적인 경제부양책이 발표된 것을 보면 외국인들은 정부의 움직임을 미리 감지한 것으로 추측된다.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의 주도권을 장악한 몇 년 전부터는 외국인들이 팔면 증시가 고점이고 사면 바닥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 전망이 어둡고 온갖 악재가 난무할 때라도 외국인들이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수하면 증시는 바닥에서 벗어난다.

이번에도 정보에 앞선 외국인들은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기 전에 주식을 매수하는 발 빠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외국인들이 증시 바닥을 만들 때는 항상 이유가 있다.

〈고승덕/‘고변호사의 주식강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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