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노동시장에 숨막히는 여성근로자

2009.07.01 04:00
최보경기자

일자리 요동칠 때마다 최대 희생양은 여성… 하루하루가 차라리 가시방석

비정규직법안을 놓고 야당 및 노동계와 정부·여당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법안의 유예 여부에 따라 직접적인 변화를 겪어야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여성근로자들이 겪는 혼란과 두려움의 강도는 더욱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몰아닥친 경제 한파에 가장 먼저 여성들의 일자리가 줄었다. 가까스로 직장을 유지한 여성들도 여전히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눈치를 봐야 한다.
육아휴직, 생리휴가 등은 배부른 소리다.

숨가쁜 노동시장에 숨막히는 여성근로자

# 줄어든 일자리 70%는 여성 몫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5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5월 여성 취업자 수는 987만2000명이다. 이는 지난해 5월 취업자 1008만3000명보다 21만1000명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남성 취업자는 1385만6000명에서 1384만8000명으로 8000명 줄어 전체 줄어든 일자리의 72%는 여성이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음식숙박업, 제조업 등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반면 동월 대비 여성 실업자는 26만4000명에서 33만1000명으로 6만7000명 증가했다.

줄어든 취업자에 비해 실업자가 크게 늘지 않은 것은 직장을 잃은 여성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윤자영 부연구원은 지난달 열린 여성 일자리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여성의 경우 일자리 상실은 곧 육아 및 가사 등 비경제활동인구로의 유입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에서 한 번 퇴장한 여성은 높은 재진입 장벽 등으로 인해 취업을 포기하거나 하향 취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는 35만7000명이 늘었다. 남성은 절반 수준인 16만5000명이 증가했다.

경제위기 후유증에다 비정규직법 개정논란으로 비정규직 여성근로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천 시내 어느 백화점에서 바닥청소 중인 청소용역업체 직원 두 사람과(사진 위), 간이휴게공간서 쉬고 있는 입점업체 판매직원들의 모습. 김순철기자

경제위기 후유증에다 비정규직법 개정논란으로 비정규직 여성근로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천 시내 어느 백화점에서 바닥청소 중인 청소용역업체 직원 두 사람과(사진 위), 간이휴게공간서 쉬고 있는 입점업체 판매직원들의 모습. 김순철기자

전국적으로 취업자가 줄어드는 반면 인천은 남녀 모두 취업자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희망적이다. 그러나 인천지역 여성 취업자의 변동폭은 경기에 따라 심하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52만3000명이었던 인천 여성 취업자는 11월 52만1000명에서 12월 49만6000명으로 두달 새 2만7000명이 줄었다. 같은 기간 남성 취업자는 7000명 줄어 여성 일자리가 경기 영향에 따라 심하게 요동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나쁜 일자리’마저 잃을까 속앓이

구직활동 중인 20대 여성과 정리해고 여성 근로자, 부당해고 된 노조원 등으로 구성된 ‘민생 살리고 일자리 살리는 생생 여성행동’은 지난달 발족식을 갖고 숨막히는 현실에 놓인 여성 근로자들의 고통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비정규직 기간 확대 등 임시방편이 아닌 적정한 임금과 노동안정성이 보장되는 ‘괜찮은’ 여성 일자리를 만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인천여성노동자회 등 고용 상담기관에는 최근 들어 산전휴가 및 육아휴직 등을 문의하는 상담이 늘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법정 휴가를 활용하고 싶은데 회사의 눈치가 보인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계약직, 파견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법적 휴가조차 스스로 반납하는 분위기다. 40대 이상 취업 여성들 가운데 상당수는 월 83만6000원의 최저임금을 받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어 경제위기에 대한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이다.

인천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 김태임 실장은 “말 그대로 ‘최저’여야 할 최저임금이 임금 기준이 된 것이 문제”라며 “거기에 기업주들은 육아휴직, 산전휴가 등 여성들의 권리적 측면을 회사에서 장려하지 않고 있어 여성 근로자들을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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