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림 파괴’ 포스코대우, 또 투자 철회

2018.07.04 15:51

포스코대우의 인도네시아 팜유농장 PT BIA의 사업부지 모습. 중앙에 있는 도로를 기점으로 좌측에는 파괴되지 않은 열대림이 남아있고, 우측에는 야자나무가 빽빽이 심겨있다.     | 마이티어스·환경운동연합 제공

포스코대우의 인도네시아 팜유농장 PT BIA의 사업부지 모습. 중앙에 있는 도로를 기점으로 좌측에는 파괴되지 않은 열대림이 남아있고, 우측에는 야자나무가 빽빽이 심겨있다. | 마이티어스·환경운동연합 제공

열대림 파괴로 끊임없이 논란을 부른 포스코대우에 대해 또다시 해외 연기금이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5위 연기금인 ‘네덜란드공적연금(ABP)’이 지난달 22일 포스코대우에 대한 투자 철회를 발표했다고 환경운동연합이 4일 전했다. 포스코대우가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팜유 농장을 운영을 하면서 열대림을 파괴하고, 원주민들과 토지 분쟁에 얽혔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인도네시아의 팜유 플랜테이션 기업을 인수한 포스코대우(당시 대우인터내셔널)는 농장을 만들면서 산림을 대규모로 파괴해 비판을 받아왔다. 전체 면적의 86.2%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림인 파푸아 섬은 생태적 가치가 커 더욱 논란이 됐다. 지난해 10월 국제환경단체 마이티어스가 공개한 위성영상에 따르면, 포스코대우가 파괴한 숲은 서울 면적 절반에 가까운 273㎢에 달한다. 원시 식생이 훼손되면서 나무캥거루 등 보호야생동물의 서식지도 파괴됐다.

팜유농장이 지역 주민들의 삶을 파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지역은 말린족과 만도보족 원주민이 영토 분쟁을 벌이던 곳이다. 포스코대우는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기 위해 말린족과 협상을 했는데 실제 권리가 있는 곳은 만도보족이어서 갈등이 심화됐다. 원주민들의 땅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식수와 생활용수로 쓰는 비안강을 오염시켰다는 비판도 일었다.

포스코대우의 개발 논란은 ‘윤리적 경영’을 중시하는 국제 투자기관과 기업들의 투자 철회로 이어졌다. 사회책임을 투자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 노르웨이연기금(GPFG)은 2015년 8월 내부 윤리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여 포스코대우와 모회사인 포스코 모두를 투자대상에서 제외했다. 영국통신연금의 컨설팅 자회사 허미스는 지난해 7월 환경단체들과 포스코대우의 면담 자리에 배석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올해 2월에는 영국의 유명 드럭스토어 브랜드 ‘부츠’가 포스코대우와 거래를 끊었다. 포스코대우 측은 매출이 적어 계약이 중단됐다고 했지만 부츠 측은 환경단체들의 질의에 ‘환경파괴 문제를 고려했다’는 답변을 보냈다.

자산이 3470억유로에 이르는 ABP는 올해 초 포스코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네덜란드 언론들에 보도되면서 거센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ABP가 포스코대우에서 철회한 투자 금액은 30만유로에 불과하고, 여전히 모회사인 포스코에는 1억5700만유로에 달하는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티어스는 “글로벌 대기업인 포스코에게 30만유로는 푼돈일 뿐”이라면서 “ABP는 ‘그린 워싱(친환경 이미지세탁)’을 멈추고 산림파괴와 싸우는데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 이후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책임’은 다국적 기업들의 트렌드가 됐다. 포스코도 홈페이지를 통해 “환경을 경영 전략의 핵심요소로 인식하고 기술 개발 및 열린 소통을 기반으로 환경 건전성을 확보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김혜린 활동가는 “지난해에만 20개가 넘는 기업이 포스코대우가 ‘산림파괴 금지 정책’을 채택하고 준수할 때까지 공급처나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를 했다”면서 “포스코는 파괴적인 사업방침이 세계에서 활약중인 한국기업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라는 것을 깨닫고,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업방침을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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