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멈췄다…인간은 코로나 때문에, 북극고래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2021.04.21 16:55 입력 2021.04.21 21:31 수정

매년 하던 6000㎞ 이동, 2년간 멈춰

북극해 얼음 얇아져 필요 사라진 듯

생태 변화 가설들 공통점은 ‘기후’

여행을 멈췄다…인간은 코로나 때문에, 북극고래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고래(일명 활머리고래)가 매년 해오던 6000㎞의 여행을 2018~2019년에는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주로 바다 얼음 밑에서 생활하는 북극고래들이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고 빙하가 줄면서 생태에 변화를 보이는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캐나다야생동물보호협회 연구팀은 매년 봄 베링해에서 추크치해로 이동해 알래스카 북동쪽 보퍼트해에서 여름을 나고 다시 베링해로 돌아오는 활머리고래들이 2018년부터 이듬해까지 이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를 진행한 스티븐 인슬리 박사는 “고래의 이동을 추적하는 수중장치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북극고래가 이 여행을 멈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러한 변화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행동인지, 아니면 삶의 방식이 아예 바뀐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여행을 멈췄다…인간은 코로나 때문에, 북극고래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고래는 수온 영하 0.5~영상 2도의 바다에서 주로 생활한다. 몸무게는 100t, 몸길이는 15~20m에 달하는데 몸의 3분의 1이 활 모양의 입이어서 활머리고래로 불린다. 얼음 밑에서 수영을 하다가 숨을 쉴 때 단단한 머리를 이용해 얼음을 뚫고 올라온다. 수염고래 종류 중 가장 긴 최대 4m의 수염으로 먹이를 유인한다. 주로 갑각류와 플랑크톤을 먹는다. 북극고래들은 여름에 보퍼트해로 이동해 새끼를 낳고 다시 베링해로 돌아오는 여행을 이어왔는데, 2018년부터 2년간은 겨울에도 보퍼트해를 떠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북극고래 생태 변화의 이유로 여러 가설을 들고 있다. 우선 천적의 서식지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오르고 얼음이 줄면서 북극고래의 천적인 범고래의 서식지가 넓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최근 범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베링해와 추크치해로 이동하는 대신 보퍼트해에 머무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수온 변화로 4계절 내내 먹이가 풍부해졌기 때문에 이동을 멈췄을 것이란 추론도 가능하다. 겨울에도 보퍼트해의 수온이 높게 유지되면서 플랑크톤이 많아졌고, 북극고래들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여행 대신 보퍼트해를 떠나지 않고 번식에 더 집중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북극해의 얼음이 예전만큼 두껍게 얼지 않는 점도 북극고래의 생태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추정한다. 얼음 밑에서 생활하는 북극고래들은 숨을 쉬기 위해 얼음을 깨고 올라오는데, 얼음 두께가 1m를 넘으면 단단한 머리로도 깨고 올라오기 힘들다. 북극고래는 수온이 낮으면서도 얼음이 적당히 있는 바다를 찾아 이동을 해왔는데, 지구온난화로 이동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인슬리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고래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지구온난화로 물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적응을 하지 못하는 종도 생겨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영국 왕립학회보 2021년 4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고래보호단체 WDC의 에리히 호이트는 “이번 연구가 완전히 놀라운 것은 아니다”라면서 “고래는 종종 먹이, 포식자 등을 이유로 이동 경로를 바꾸곤 한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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