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목아불교박물관 박찬수 관장

2010.04.01 17:57 입력 2010.08.06 18:00 수정
윤성노 기자

통일신라부터 최근 작품까지 ‘불상의 보고’

목아(木芽) 박찬수 관장(61)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이다. 경남 산청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박 관장은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고사리손으로 망치와 자귀를 들었다. 김성수 선생에게 전통공예를, 이운식 선생에게 현대조각을, 신상균 선생에게 불교 목조각을 사사했다. 배고파 들어선 나무와의 인연이 벌써 50년이다. 그의 호처럼, ‘죽은 나무에도 싹이 돋았을’ 긴 세월이다.

[그의 작은 박물관](4) 목아불교박물관 박찬수 관장

박 관장은 작품 제작에 참고하기 위해 공예, 민속품들을 수집했다. 그러니까 그의 수집인생은 조각인생과 함께 시작된 셈이다. 1970년대 들어 불교 목조각에 입문한 그는 같은 이유로 불상과 장승을 모았다. 불교 목조각을 하는 박 관장은 불사(佛事)에 참가할 기회가 많았다. 절집에서는 새 부처를 모실 때 전에 있던 부처를 태우거나 매장했다. 신성한 부처를 쓰레기처럼 버릴 수는 없는 일. 태극기를 소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박 관장은 “부처님을 모시고 가 잘 모시겠다”며 절집 사람들을 설득해 낡은 불상을 집으로 모셔왔다. 한번은 절집 마루 아래에서 목조 불상이 나왔다. 바짝 마르고 벌레 먹어 구멍이 숭숭 뚫린 불상은 손만 대면 금세 부스러질 것 같았다. 훗날 제작기법 등을 통해 추정한 제작연대는 고려 말이나 조선 초기.

그렇게 모셔온 불상들은 통일신라 때 작품부터 최근 제작된 플라스틱 불상까지 다양하다. 박 관장이 플라스틱 불상까지 모은 것은 시대에 따른 불상 제작 소재나 기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더구나 플라스틱 불상도 앞으로 수십 년 지나면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박 관장이 모은 플라스틱 불상은 다량으로 찍어냈을 터인데도 표정이나 몸짓이 같은 게 하나도 없다. 그가 만든 부처상들도 기존 불상들과는 표정과 몸태가 영 다르다. 입을 꾹 다물고 고뇌하는 모습이 아니다. 자귀질로 투박하게 처리한 모습으로 염화시중의 미소를 띠고 있거나 무언가 이야기를 건넨다. 그래서 오는 9일부터 영국 런던의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목아박물관 초청전 주제가 ‘부처가 입을 열다’이다. 불교 하면 티베트와 중국을 떠올리는 유럽인들에게 한국 불교를 알리기 위해 박 관장이 기획한 전시다.

박 관장이 박물관을 설립하게 된 연유는 이렇다. 70년대 후반, 일본서 유학하던 그는 ‘귀신 나올 것 같은’ 물건을 전시한 수많은 작은 ‘박물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골목골목의 작고 보잘 것 없는 박물관들이 일본의 문화와 정신을 지키고 이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모아온 유물을 수습해 90년 목아불교박물관을 열었다. 불교박물관이지만 단군과 예수·마리아상, 무속과 민속 유물도 함께 전시했다. “종교는 달라도 진리는 하나고, 그것이 모두 뭉뚱그려져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를 이룬다”는 신념 때문이다. 전시 유물 중에는 묘법연화경(14세기 말~15세기 초), 대방광불 화엄경(12~13세기) 등 보물로 지정된 것도 있다.

박물관 운영은 버겁다. 박 관장이 불교 목조각 작품 활동을 하며 얻은 수익을 모두 박물관 운영비로 보태지만 해마다 적자다. 그러나 ‘박물관은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이 사는 집’이기에 그만둘 수도 없다. 그는 “독립운동은 독립을 하면 끝나지만 문화와 정신은 계속 돌보고 가꿔야 한다”고 말했다.

◇ 목아불교박물관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여주IC에서 여주군청-이호대교 쪽으로 가면 있다. 여주에 들어서면 목아박물관 표지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여주종합터미널에서 박물관 가는 버스(강천리, 가야리행)가 있다. 박물관 입구에서 내려 5분쯤 걸어야 한다. 목아불교박물관에는 민속·불교·무속 유물, 공예품, 문방사우, 목공에 쓰이는 연장 등이 전시돼 있다. 제대로 관람하려면 입구에서 안내를 요청하면 된다. 주 전시장 외에 박찬수 관장이 조성한 한얼울늘집, 사천왕문, 하늘교회 등이 있으며, 3000평 규모의 야외공간에는 석조미륵삼존불상 등 박 관장의 불상·동자승 작품과 각종 석탑이 늘어서 있어 산책하며 감상할 수 있다. 인근의 여주 신륵사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경기 여주군 강천면 이호리 396-2 (031)885-9952 www.mok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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