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곰손도 뚝딱, 블링블링한 나만의 공간 만들기

2017.07.28 20:18 입력 2017.07.31 11:46 수정

네온사인

지난 18일 서울 중구 정동의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진행된 경향신문 연례기획 ‘취미잼잼-올해는 취미를 갖자’ 네온사인 만들기 원데이클래스 참가자들이 EL와이어를 활용해 만든 ‘나만의 네온사인’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지난 18일 서울 중구 정동의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진행된 경향신문 연례기획 ‘취미잼잼-올해는 취미를 갖자’ 네온사인 만들기 원데이클래스 참가자들이 EL와이어를 활용해 만든 ‘나만의 네온사인’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무더운 여름밤, 차가운 맥주 한 잔이 절로 생각난다. 이왕 맥주 한 잔 할 거, 시원한 빛깔의 네온사인을 벽에 걸어 분위기를 내보면 어떨까. MBC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인 박나래씨가 만든 ‘나래바’처럼 나만의 바를 만들어 보는 거다. 네온사인의 차가운 불빛이 여름밤의 온도를 조금은 낮춰줄 것이다.

경향신문 연례기획 ‘취미잼잼-올해는 취미를 갖자’ 7월 원데이클래스에서는 네온사인 만들기를 배웠다. 지난 18일 중구 정동 산다미아노 카페에서 DIY 인테리어 업체 ‘더베러라이프’의 김초원 대표와 윤지선 대표가 수업을 진행했다.

‘나래바’에 나온 네온사인은 일반 가게에서 많이 쓰는 유리관으로 만든 네온사인이다. 유리관을 공예해 모양을 만들어 가스를 주입해 색을 내는데, 만들기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 일반인이 취미로 만들기엔 까다롭다. 하지만 형광물질에 전기를 걸면 빛이 나는 현상(전기루미네선스)을 활용한 EL 와이어를 사용하면 실내 인테리어로 쓸 수 있는 ‘나만의 네온사인’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전기선과 비슷한 EL와이어에 전원을 공급하면 내부의 형광물질이 밝은 빛을 내 이를 감싼 피복의 색깔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수업에 쓰인 선은 더베러라이프에서 자체 제작한 ‘메모리얼 EL와이어’로, 와이어 안에 얇은 철사를 집어넣어 모양을 표현하고 유지하기 편하도록 만들었다. 야광팔찌와 질감이 비슷한 일반 와이어의 경우 구부리거나 접기가 쉽지 않고 본드를 발라 모양을 굳히기 어려운 점을 보완한 것이다.

[취미잼잼] (19) 곰손도 뚝딱, 블링블링한 나만의 공간 만들기

더베러라이프 측은 ‘#곰손을 금손으로 바꿔주는 #초등학생도 쉽게 만드는 #가장 쉬운 네온사인’이라며 참가자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했는데, 정말 그러했다. ‘곰손’인 기자도 그럴듯한 네온사인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모든 일에 기본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네온사인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밑그림이다. 네온사인 만들기에 적합한 동선으로 밑그림만 잘 그린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밑그림을 정했다면, 밑그림에 맞는 투명 아크릴판을 준비한다. 그리고 표현하고자 하는 빛의 색상을 정한다. 이날 수업에서는 화이트, 핫핑크, 아쿠아, 보라, 초록, 블루, 레드오렌지, 노랑 등 8개의 색상이 준비됐다. 하나의 색상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색상을 쓸 수도 있는데 보통 2~3개의 색상이 적합하다. 도안이 복잡할수록, 많은 색상이 쓰일수록 만들기 어렵고 시간은 오래 걸린다. 네온사인에서 중요한 건 과유불급이다.

밑그림은 실제 만들고자 하는 네온사인 크기로 그린다. 중요한 점은 시작점부터 끝나는 점까지 한 선으로 이어지도록 디자인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원하는 글자를 새길 수도 있는데, 한 선으로 이어서 쓸 수 있는 영문 필기체가 적합하다. EL 와이어를 중간에 끊지 않고 구부려 모양을 만드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투명 아크릴판 아래에 밑그림을 그린 종이를 붙이고 아크릴판 위에 와이어로 그림을 따라 모양을 잡아준다. 시작점을 정하고, 시작점에서 1~2㎝ 여유를 남겨 와이어와 전원 스위치를 연결한다. 스위치를 켜니 환한 아쿠아블루빛이 반짝 들어왔다.

[취미잼잼] (19) 곰손도 뚝딱, 블링블링한 나만의 공간 만들기

수업에 직접 참가한 기자는 올해 네 살인 딸아이가 좋아하는 물개 캐릭터를 밑그림으로 그렸다. 처음에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와이어 안에 철사가 들어 있어 모양을 잡는 게 어렵지 않았다. 손으로도 쉽게 외곽선을 표현할 수 있었다. 다만 보다 쉽게 모양을 고정하기 위해서 순간접착제로 중간중간에 고정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새끼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듯이 소량만 와이어 바로 아래에 살짝 발라 붙여주면 흔적 없이 감쪽같이 붙는다. 만드는 도중 와이어에 내장된 철사가 발광선 위로 올라와 빛을 가릴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손으로 살살 와이어를 돌려 철사가 아래로 내려가도록 해준다.

그림의 모서리나 접히는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펜치로 와이어를 꽉 접어준 다음 풀어주면 된다. 와이어는 튼튼한 편이어서 잘 망가지지 않지만, 반복해서 구부리거나 무리하게 힘을 주면 수명이 단축될 수도 있다. 물개의 앞발, 꼬리도 펜치를 이용하니 뾰족하게 모양을 표현할 수 있었다. 물개의 눈과 코, 입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조금 어려운 기술이 필요했다. 아크릴판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와이어를 넣어준 다음 눈·코·입 모양을 만든 뒤 불을 켜면 보여지지 않아야 할 불필요한 선 부분은 검은색 절연테이프를 감아 불빛을 가려준다.

그림과 글씨를 동시에 그리기로 한 참석자들은 주로 두 가지 색상을 선택했다. 두 가지 색상을 표현할 경우 멀티채널 커넥터를 이용해 다른 색상의 와이어를 전원 스위치에 연결해준다. 최대 다섯 개 선까지 하나의 전원스위치에 연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초심자에게는 조금 어려운 듯했다.

가장 먼저 초등학교 5학년인 장이유선양이 작품을 완성했다. 달 하나와 별 세 개가 하얀 빛을 내뿜었다. 엄마가 만든 녹아내리는 하트에 ‘Love’라는 글씨를 새겨넣은 네온사인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장양이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아이의 문학적 표현에 참가자들이 놀라워했다.

장진문씨는 ‘엄지 척’을 하는 손 모양을 그려넣고, ‘My son’이라는 글씨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선물할 네온사인이다. 김성영·김민영씨 자매는 나란히 멋진 문구를 새겨넣은 네온사인을 만들었다. 언니 김성영씨는 ‘Dum spiro spera’(숨쉬는 한 희망은 있다)라는 문구를 새싹과 함께 만들었고, 동생 김민영씨는 ‘Amor fati’(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문구와 함께 열기구 그림을 만들었다.

완성된 아크릴판은 고리를 부착해 벽에 걸어도 되고, 탁상이나 선반 위에 기대 놓아도 좋다. 높은 벽에 걸 경우에는 연장선을 붙여서 전원 스위치와 연결시킨다.

참가자들은 다들 만족한 얼굴로 네온사인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 밤, 누군가의 집에서 달과 별, 하트, 새싹, 열기구가 환한 빛을 뿜어낼 것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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