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미술관…고즈넉한 한옥이 품은 미술의 세계

2017.12.18 17:34
엄민용 기자·윤진근 온라인기자

전통다원 쪽에서 본 경인미술관. 아틀리에와 제2전시관, 제1전시관이 보인다.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전통다원 쪽에서 본 경인미술관. 아틀리에와 제2전시관, 제1전시관이 보인다.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서울시는 종로·을지로에 있는 전통 점포 39곳을 ‘오래가게’로 추천하고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지도를 제작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전문가의 조언과 평가는 물론 여행전문가, 문화해설사, 외국인, 대학생 등의 현장방문 평가도 진행했다. 서울시가 ‘오래가게’를 추천한 것은 ‘도시 이면에 숨어 있는 오래된 가게의 매력과 이야기를 알려 색다른 서울관광 체험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에 경향신문은 이들 39곳의 ‘오래가게’를 찾아 가게들이 만들고 품고 키워 온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서른다섯 번째 가게는 ‘경인미술관’이다.

경인미술관 사무실에서 내려다본 경인미술관 전경.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경인미술관 사무실에서 내려다본 경인미술관 전경.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다양한 특색을 가진 인사동 한쪽 골목에 유독 고즈넉한 공간이 있다. 조선시대 한옥을 연상케 하는 정원에 들어서면 바깥 세계와 완전 분리된 듯 차분한 공기가 관람객을 맞는다. 경인미술관이다.

경인미술관의 역사는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인미술관의 전신인 한옥전시관은 실학운동가 박영효 선생(1861~1939)이 잠시 살던 저택이었다. 박영효 선생은 조선조 영혜옹주(1859~1872)의 부마이자 태극기를 만든 주인공이다.

1983년 12월, 경인 이금홍 선생이 이 터에 경인미술관을 설립했다. 당시 건물에 있던 물품이나 내부 구조 등은 미술관 측에서 기증해 남산골 한옥마을로 이전했으며, 터를 활용해 경인미술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선대 이금홍 회장은 미술에 조예가 깊었다. 우리나라 최초 미술 계간지(현재는 월간지)인 <미술세계>를 발간한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이곳은 이금홍 회장의 아들인 이석재 관장이 운영하고 있다.

경인미술관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 외에도 전시실 구성과 미술관 구조 등에서 여러 매력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경인미술관은 제1·2·3·5·6전시실과 아틀리에 등 모두 6곳의 전시 구역이 있는데, 6곳 모두에서 다른 전시가 열린다.

경인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전통누비연구회 ‘침향’의 작품들.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경인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전통누비연구회 ‘침향’의 작품들.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경인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전통누비연구회 ‘침향’의 작품들.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경인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전통누비연구회 ‘침향’의 작품들.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규모가 가장 큰 제1전시관은 큰 작품이나 다작을 전시할 수 있다. 제2전시관은 한국 최초로 자연채광을 이용한 전시공간으로, 유리와 철골이라는 인공적 요소와 나무가 가진 자연적 요소를 결합시켰다.

제3전시관은 1996년 박영효 저택이 남산골로 이전한 후 새로 지은 한옥 건물로, 공예·회화·한국화 등의 전시에 적합하다. 제5전시관은 2008년에 신축됐으며 현대적인 작품을 소화하기에 적합한 전시공간이다.

이 모든 시설이 모인 정원에는 야외 설치작품이 있다. 이 때문에 관람객들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미술관이 아니라 마치 한옥을 방문한 느낌을 받는다.

경인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도사모전’ 작품들.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경인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도사모전’ 작품들.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경인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도사모전’ 작품들.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경인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도사모전’ 작품들.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경인미술관은 다른 미술관과는 다른 운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선대 이금홍 회장은 ‘미술을 하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자유롭게 열자’는 취지로 경인미술관을 만들었다. 미술관이란 특정 사람의 장소가 아니라 누구나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는 것이다.

경인미술관은 선대 회장의 사상을 잘 계승하고 있다. 졸업 작품이나 자격증을 위한 전시만 아니라면 모두에게 열려 있다. 신인 작가도, 전문적이지 않은 미술인들도 경인미술관을 통해 전시할 수 있다. 아동미술 등도 자주 전시한다. 그만큼 보다 많은 작가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경인미술관 정재상 과장은 “작품의 수준보다는 작가가 작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을 본다”고 설명했다. 또 작품을 상시 설명해 주는 큐레이터들은 방문객들의 접근성을 높인다.

사람들이 전통다원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 / 경인미술관 제공

사람들이 전통다원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 / 경인미술관 제공

정재상 과장은 “한 번 미술관을 찾아온 작가들이 계속 경인미술관에서 작품을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경인미술관과 오랜 연을 맺어온 작가로는 일본·루마니아·싱가포르·프랑스 등지에서 매년 꾸준히 전시를 하고 있는 서양화가 강인주 작가와 수묵담채로 유명한 한국화 시강 황여신 작가 등이 있다.

이날 전시 중인 ‘침향전’과 ‘도사모전’ 작가들 역시 수년째 경인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다고 정 과장은 들려줬다.

작가들이 경인미술관을 자주 찾는 이유는 경인미술관이 갖는 특유의 공간성에 있다. 정원을 중심으로 놓인 다섯 공간은 독립적이면서도 쉽게 오갈 수 있다. 작가와 대중뿐 아니라 작가들도 편히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다고 정재상 과장은 설명했다.

경인미술관에서는 주로 어떤 작품을 전시하느냐고 물었다.

“많은 미술관들이 그렇듯이 일주일마다 전시 작품이 바뀐다. 다만 전통 섬유공예인 누비전을 비롯해 공예전, 서예전, 한국화전, 민화전, 수묵채색전, 불화전, 닥종이인형전 등 한국의 전통 요소들을 활용한 전시들이 많다”는 게 정 과장의 답변이다. 정 과장은 “이밖에 서양화전 등도 많이 열리지만, 아무래도 전통적 요소가 많다”고 덧붙였다.

경인미술관 안에 있는 전통다원.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경인미술관 안에 있는 전통다원.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경인미술관만이 가진 매력이 하나 더 있다. 전통다원이다. 경인미술관 한가운데에 있는 전통다원은 2011년 ‘미쉐린 그린 가이드’에 선정된 곳이다. 이곳은 파우더나 티백이 아닌 진짜 약재를 가지고 차를 만든다. 야외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인터뷰를 할 수도 있어, 방문객들의 쉼터뿐 아니라 작가들 사이의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제2전시관과 어검당.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제2전시관과 어검당.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경인미술관의 또 다른 특징은 ‘연구기관’이 있다는 점이다. 이석재 관장은 전통도검연구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쟁무기 등의 유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전쟁기념관이나 육군박물관, 고려대학교 박물관 등과 연합 전시도 한다. 경인미술관 본관에는 ‘어검당’이라는 이름의 연구기관이 있다. 이곳에서 도검 및 전쟁무기와 관련한 연구를 한다.

경인미술관 인근의 인사동 전경.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경인미술관 인근의 인사동 전경.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인사동의 쌈지길 전경.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인사동의 쌈지길 전경. / 윤진근 온라인 기자 yoon@kyunghyang.com

한편 경인미술관을 나서면 곧장 인사동 큰 거리를 걷게 된다. 인사동은 관람객들의 ‘성지’로 불린다. 복합문화공간인 쌈지길은 물론 인사동 문화의 거리가 지척에 있다. 안국동사거리가 나오기 전까지 짧은 거리에 놓인 골목마다 작은 미술관이나 전시시설 등이 있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구석구석을 즐기기에 좋다.

■경인미술관은?

개업연도 : 1983년 / 주소 : 종로구 인사동10길 11-4 / 대표재화 금액 : 이용요금 무료 / 체험 요소 : 전시 관람 가능 / 영업시간 : 매일 오전 10시~오후 6시(화요일 전시 철수 및 전시 준비, 수요일 재개관) / 주변 관광지 : 인사동 문화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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