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육해공’ 총출동에 애벌레 후식까지…아프리카 식탁은 빈곤? 편견 깬 밥상

2018.10.03 21:04 입력 2018.10.10 09:51 수정
정유미 기자·사진 이상훈 선임기자·영상 채용민 PD

윌버 C 시무사 잠비아 대사가 소개한 쇠고기찜 / 돼지족발구이 / 생선 돔 튀김 / 호박잎 나물볶음 / 애벌레 튀김

윌버 C 시무사 주한 잠비아 대사(왼쪽에서 세번째)와 부인 비트리스 시무사(두번째)가 지난 9월 서울 성북동 대사관저에서 리듬감 넘치는 아프리카 특유의 전통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윌버 C 시무사 주한 잠비아 대사(왼쪽에서 세번째)와 부인 비트리스 시무사(두번째)가 지난 9월 서울 성북동 대사관저에서 리듬감 넘치는 아프리카 특유의 전통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아프리카 검은 대륙의 숨은 진주’로 불리고, 영혼을 일깨우는 태고의 원시림과 장엄하고도 우렁차게 쏟아지는 빅토리아 폭포가 있는 잠비아. 잠비아 밥상에는 가진 것은 나누고, 부족한 것은 서로 채우는 순박한 배려가 녹아 있었다. 윌버 C 시무사 주한 잠비아 대사가 소개한 잠비아 전통 음식은 메인 요리인 ‘쇠고기찜’ ‘돼지족발구이’ ‘닭고기 통구이’ ‘생선 돔 튀김’ 등을 비롯해 ‘호박잎 나물볶음’과 ‘애벌레 튀김’ 등 8가지다. 잠비아 대사를 만난 곳은 서울 성북동에 있는 잠비아 대사관저다.

옥수수로 만든 ‘시마’에 다양한 메뉴를 싸먹는게 잠비아식 식사법

손님 대접엔 ‘풍악’필수

깜짝 놀랐다. 서울 성북동 잠비아 대사관 앞에 도착하자 탁 트인 서울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의 낯선 나라가 이렇게 가깝고 근사한 곳에 있다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대사관저 안으로 들어서면서였다. 리듬감 넘치는 흥겨운 가락에 어깨는 들썩들썩, 고개는 까딱까딱, 온몸의 신경세포가 깨어났다. 악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잠비아 대사 부부가 국자와 주걱, 두 손으로 냄비와 식기를 두드리며 전통 춤과 노래로 인사를 건넸다.

(왼쪽부터) 생선 돔 튀김, 돼지족발구이, 멸치볶음 같은 마른반찬

(왼쪽부터) 생선 돔 튀김, 돼지족발구이, 멸치볶음 같은 마른반찬

“잠비아에서는 결혼식이나 잔칫날 귀한 손님이 오시면 음식을 대접하기 전 이 노래를 부른답니다.” 아프리카 특유의 강렬하면서도 티없이 맑은 선율로 귓가를 파고든 노래는 ‘Show What You Have Prepared’였다. 아내가 “여보, 오늘 이런 음식을 이만큼 준비했어요” 하며 남편에게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소개한다는 내용이다.

사실 무엇보다 크게 놀란 것은 잠비아 음식이었다. ‘아프리카 하면 딱히 먹을 만한 음식이 없을 것’이라고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주방에 있던 대사가 아내 비트리스 시무사에게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요리를 도왔다.

“자, 바로 이것이 시마(Nsima)입니다. 한국인에게 밥이 있다면 잠비아 사람들에게는 시마가 있죠. 찬물에 옥수수 가루를 섞은 뒤 끓는 물에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잘 저어줍니다. 20분 정도 뜸을 들이면 말랑말랑한 시마가 완성되지요.”

둥근 식탁으로 자리를 옮기기 무섭게 대사 부인이 갖가지 음식을 내왔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구이는 물론 호박나물, 멸치볶음 같은 반찬까지 커다란 냄비와 접시가 순식간에 식탁을 점령했다. “잠비아에는 코스 요리가 따로 없습니다.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식탁에 차려놓고 다 함께 나누지요.” 대사 부부가 차례로 따뜻한 물에 두 손을 씻었다. 잠비아 사람들은 숟가락이나 포크를 쓰지 않고 맨손으로 음식을 먹는다.

<b>다리를 예쁘게 꼬아야 ‘예의’</b> 두 다리를 가지런히 포개고 날개를 다소곳하게 접고 있는 닭고기 통구이. 상대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나타낸다.

다리를 예쁘게 꼬아야 ‘예의’ 두 다리를 가지런히 포개고 날개를 다소곳하게 접고 있는 닭고기 통구이. 상대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나타낸다.

“이 닭고기 요리는 특별한 날 잠비아에서 가장 많이 먹는 전통 음식입니다. 잠비아에서는 닭을 자연 방목하기 때문에 힘이 세고 튼튼해요. 자세히 보면 닭 한 마리가 두 다리를 가지런히 포개고 날개를 다소곳하게 접고 있지요? 상대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표하는 것입니다.” 대사가 큼지막한 통닭을 맨손으로 우두둑우두둑 자르더니 닭다리 한 개를 접시에 담아주었다. “손님에게 가장 좋은 음식을 먼저 내드린 뒤 어른부터 차례로 음식을 먹는 것이 잠비아의 전통 식사문화입니다.” 잠비아의 밥상문화는 한국과 비슷했다. 모든 음식을 한 상에 차리는 것이나,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것, 웃어른을 공경하는 밥상머리 교육까지 닮아 있었다.

맨손으로 시마에 싸먹는 호박잎나물.

맨손으로 시마에 싸먹는 호박잎나물.

궁금한 것은 한국인의 밥 같다는 손바닥만 한 시마였다.

“한 손으로 이렇게, 이렇게 동그랗고 작게 말아보세요. 그런 다음 엄지손가락으로 가운데 구멍을 냅니다. 원하는 음식을 고기국물로 만든 그라비소스에 찍어 한입에 넣으면 됩니다.” 대사가 알려주는 대로 맨손으로 시마를 돌돌 말아 여러 가지 요리를 맛보았다. 옥수수 가루로 만들어 구수하면서도 씹는 맛이 일품인 술빵 같다고 해야 할까. 시마는 떡보다는 부드러웠고 빵보다는 차졌다.

(왼쪽부터)쇠고기찜, 견과를 넣은 호박잎나물, 애벌레 튀김

(왼쪽부터)쇠고기찜, 견과를 넣은 호박잎나물, 애벌레 튀김

메인 요리로 닭고기 외에도 쇠고기, 돼지고기, 생선튀김 등 4가지나 나왔다. 식욕이 당겼다. 조금씩 덜어낸다고 했는데 어느새 접시를 한가득 채웠다. 시마를 곁들여 오물오물 천천히 씹어가며 음미했다. ‘공손하고 겸손하게’ 그릇에 담긴 ‘닭고기(Nkuku)’ 요리는 전기구이 통닭처럼 쫄깃했다. ‘쇠고기(Beef Stew)’ 요리는 갈비찜과 맛과 모양이 비슷했고 ‘돼지족발(Vimbob)’ 구이는 잘 삶아놓은 족발 같았다. 팔뚝만 한 생선 돔(Tilapia) 튀김은 바삭하면서도 감칠맛이 났다.

반찬으로 나온 으깬 견과류 호박잎 볶음(Ifisashi)과 마른멸치볶음 같은 카펜터(Kapenta·탕가니카 호수에 살고 있는 정어리과 작은 물고기)도 맛깔스러웠다. 두 손을 씻었지만 식사할 때는 반드시 한 손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혀끝으로 손가락을 빨아가며 식감을 즐겼다.

내심 걱정스러운 것은 후식으로 나온 ‘애벌레(Ifinkubala)’ 요리였다. 오일에 튀긴 뒤 토마토와 양파를 넣고 볶았는데, 번데기보다도 컸다. 용기를 내서 씹었다. 딱딱했지만 의외로 고소했다.

빅토리아 폭포

빅토리아 폭포

캐나다에서 지낼 때 나이아가라 폭포가 안겨주었던 벅찬 감동이 떠올랐다. ‘웅장하고 신비하고 위대한 영혼’을 가진 잠비아의 ‘빅토리아 폭포’는 어떤 울림을 줄까. 대사 부부와 잠비아 차(tea)를 나누면서 거대하고 멋진 자연을 상상하며 아프리카 대륙으로 빠져들었다.

“알록달록 디자인도 예쁜 이 면수건을 잠비아에서는 ‘아프리칸 타올’이라고 해요. 무릎을 가리는 치마이자 앞치마로 쓰기도 하죠. 일을 할 때는 햇볕을 가리고, 겨울에는 추위를 막는 이불로 사용해요. 아이를 업거나 재울 때는 포대기로 변신하죠. 물건을 이고 질 때 똬리를 틀어 정수리에 올리면, 패션이 따로 있나요?”

대사 부부가 정감 어린 목소리로 손님을 환영한다는 뜻을 가진 전통 민요 ‘Pleasure Meeting You and God Bless You’를 불러줬다. 강한 듯 부드러우면서도 신명이 넘치는 아프리카 리듬은 자연 그 자체였다. 잠비아는 정이 넘치고 사람향기 가득한 열린 식탁을 가진 나라였다.

◆대사관이 강추합니다 “잠비아에 가면 200원짜리 ‘사모사 튀김’ 먹고 빅토리아 폭포 반드시 가보길”

■ 잠비아는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11)‘육해공’ 총출동에 애벌레 후식까지…아프리카 식탁은 빈곤? 편견 깬 밥상


잠비아(Republic of Zambia)는 아프리카 중남부에 있는 내륙 국가다. 동쪽으로는 탄자니아·말라위·모잠비크가, 서쪽엔 앙골라가, 남쪽엔 모잠비크가, 북쪽엔 콩고민주공화국이 있다. 국명은 ‘커다란 수로(水路)’ ‘위대한 강’이라는 뜻을 가진 ‘잠베지(Zambezi)’에서 유래했다. 세계 3대 폭포의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Victoria Falls)’가 유명하다. 수도는 루사카(Lusaka)이며, 전 국토가 해발 900~1500m에 있다. 국토 면적은 75만㎢로, 한반도의 3배가 넘지만 인구는 1500만명으로 3분의 1 수준이다. 광물자원이 풍부한데, 구리 매장량은 세계 4위다.

■ 한국 내 잠비아 음식점

국내에서 잠비아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아쉽게도 없다. 잠비아 대사관이 소개한 전통 음식은 한국과 요리법이 비슷해 집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옥수수 가루로 만드는 한국의 밥 같은 시마는 죽처럼 잘 저어가며 걸쭉하게 만들면 되는데, 20~30분 정도 걸린다. 갈비찜과 비슷한 쇠고기 요리, 족발과 비슷한 돼지족발구이, 한마리 전기통닭 같은 치킨 등 대부분 고기 요리는 소금과 양파, 마늘과 후추로 잡냄새를 없앤 뒤 육즙에 토마토, 파프리카, 파슬리, 로즈마리 등을 넣어 소스를 만든다. 특이한 것은 후식으로 먹는 애벌레 요리다. 번데기보다는 크고 딱딱하지만 구수해 스낵처럼 즐길 수 있다.

잠비아 대사관은 아프리카 잠비아로 여행을 간다면 길거리에서 먹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보라고 권했다. 세모난 튀김인 사모사는 안에 감자와 다진 고기 등이 들어 있는데, 100~200원 정도 한다. 카사바라는 고구마 모양의 뿌리열매를 튀겨 먹기도 한다. 프리지는 오렌지나 사과 등 과일맛 액체를 봉지에 담아 얼려 먹는 아이스크림이고, 프리타는 밀가루 빵에 설탕을 뿌린 도넛 같다.

■ 명소

빅토리아 폭포는 반드시 가봐야 한다. 북미의 나이아가라, 남미의 이구아수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불린다. 잠비아 북서쪽에서 발원해 짐바브웨와 모잠비크를 거쳐 인도양으로 흘러드는 길이 2740㎞의 잠베지강 상류에 있다. 1855년 영국 탐험가 리빙스턴이 ‘모시 오아 툰야’(포효하는 연기)를 발견했고,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 빅토리아 폭포라고 불렀다. 원주민들은 ‘빅폴(VicFall)’이라고 부른다. 1.7㎞나 되는 강폭이 급격히 좁아지며 108m 협곡 아래로 떨어진다. 하얀 물보라가 500m까지 솟구치고, 분당 5500만ℓ의 물폭탄이 쏟아지며 굉음을 낸다. 운이 좋으면 무지개를 볼 수도 있다.

폭포 절벽 끝자락에서 아찔한 모험을 즐기는 ‘악마의 수영장(Devil’s Pool·데블스풀)’은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 매년 10월에서 11월 사이에는 빅토리아 폭포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유네스코는 1989년 빅폴과 주변 공원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석양이 물들 때 잠베지 선셋 크루즈를 타면 호수처럼 맑고 평온한 강을 따라 무제한 제공되는 맥주와 와인을 음미할 수 있다. 사파리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차를 타고 사자 등 야생동물을 직접 볼 수 있고, 두 발로 초원을 걸어가며 만날 수도 있다.

■ 잠비아에 가려면

한국에서 잠비아까지 직항으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 외항사 경유편을 이용해야 한다. 남아프리카항공(홍콩, 요하네스버그 경유)과 에미레이트항공(두바이 경유), 케냐항공(나이로비 경유)이 인천공항에서 매일 비행기를 띄운다. 에티오피아항공(아디스아바바 경유)은 주 4회 운항한다. 기후는 건조하고 온화한 편인데, 계절은 한국과 반대다. 11월~이듬해 3월은 우기, 4~10월은 건기다. 기온은 수도 루사카(해발 1279m)의 경우 최저 10도, 최고 31도. 화폐는 콰차(잠비아 화폐 단위)가 기본이다. 시간은 한국보다 7시간 느리고, 전압은 230V로 별도의 어댑터가 필요하다. 비자는 잠비아 대사관이나 잠비아 루사카 공항에서 도착비자를 발급받아도 된다(단수비자 50달러, 복수비자 80달러). 비자 발급일로부터 최대 3개월까지 머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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