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선 구글·페이스북 등 ‘공룡 규제’ 목청 …‘기업 분할’ 주장도

2018.05.24 22:22 입력 2018.05.25 09:20 수정

정부·시민단체, 플랫폼 기업들 독과점 ‘테코폴리’에 제동

IT 기업들 재력 바탕 여론에 영향력…민주주의 위협 우려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FAANGs(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로 불리는 디지털 플랫폼 기술 기업들의 독과점, 이른바 ‘테코폴리(Techopoly)’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대표적 독과점 기업이던 스탠더드오일이나 AT&T처럼 기업분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 플랫폼 공정성과 투명성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역 기반 상점·식당 정보 및 사용자 평가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 옐프는 구글을 유럽연합 규제당국에 고소했다. 구글이 검색 결과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맵스를 불공정하게 우선 노출한다는 게 이 업체의 주장이다. 2004년 창업한 옐프는 구글의 공세 속에도 살아남았지만 현재 유럽 서비스는 접은 상태다. 옐프는 2014년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유럽연합에 소를 제기했지만 당국은 구글을 기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분위기가 다르다. 유럽연합은 최근 수년 사이 개인정보 보호와 반독점법, 조세라는 세 방향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미국 디지털 기업의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구글에 자사의 가격 비교 서비스 ‘구글 쇼핑’을 검색 결과에서 우대한 데 대해 약 24억유로(약 3조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저해하고, 경쟁 기업들이 공정한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해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는 유럽을 더 이상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놀이터’로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23일 웹분석 서비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구글의 전 세계 검색시장 점유율은 90.61%다. 구글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91.58%로 미국(86.59%)보다 높다. 페이스북도 미국보다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다.

최근엔 구글 분할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9일 “구글의 일반 검색과 전문 검색의 완전한 구조적 분할”을 지지하는 내용의 문서를 채택했다. 유럽연합은 검색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는지, 일부 서비스들을 배제할 경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더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 등이 포함된 새로운 플랫폼 규제 초안도 마련하는 중이다. 프랑스도 최근 비슷한 내용이 담긴 ‘디지털 공화국을 위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 미국 내 독점 규제 움직임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커머스 공룡’ 아마존을 비난하고 나서면서 거대 기술기업 규제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중이다. 블룸버그의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전날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법무부가 구글과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행사하는 힘을 살펴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주에는 반독점 관할권을 가진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 시몬스 위원장이 상원에 출석해 기술 기업들의 독과점 여부를 조사할 가능성을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벼르고 있다. 지난 21일 ‘무브온’과 ‘오픈마켓인스티튜트’와 같은 일군의 시민단체들은 FTC에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왓츠앱, 메신저가 별도의 사업체로 분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독점 당국이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첫 번째가 이용자 후생, 두 번째가 혁신을 저해했는지 여부이다. 구글은 거의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클릭당 광고 단가도 3년 사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구글은 매출의 16%, 페이스북은 21%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쏟아내면서 혁신을 주도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과거 독점 기업들처럼 특허기술과 망 효과를 토대로 가격을 내려 고객들의 이탈을 막고 다른 기업들의 진입을 막을 장벽을 높이 세운다. 과거 스탠더드오일과 AT&T처럼 이들은 디지털 경제에 어떤 기업들이 진입할지 결정하는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IT 기업들은 막대한 부를 지렛대로 정치권에 로비를 펴며 불리한 입법을 막고, 학계에 연구비를 지원하며 유리한 여론 형성을 꾀한다. 테코폴리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모르데카이 크루츠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해 9월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지난 30여년간 선진 경제권, 특히 미국에서 부와 소득 불평등이 증가한 것은 실질임금이 느리게 증가한 반면 기업 이윤과 주가는 급격히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IT 기업의 부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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