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이용자 데이터로 돈 버는 네이버…‘편리’ 내세워 수익 독점

2018.05.24 22:22 입력 2018.05.25 09:53 수정

‘네이버 가두리’ 속 일상

[포식자 네이버]③이용자 데이터로 돈 버는 네이버…‘편리’ 내세워 수익 독점

‘네이버 가두리’ 안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다. 네이버 모바일 앱을 열어 뉴스를 읽고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검색창에 입력해 찾는다. 쇼핑을 하고 싶으면 필요한 물품을 검색해 최저가를 알아본다. 검색 후 가격을 비교하고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일사천리다. 이러한 인터넷 플랫폼은 이용자가 데이터를 많이 입력할수록 서비스가 정교해지고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하는 밑바탕이 된다. 정보기술(IT) 기업에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은 그래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용자들도 네이버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보니 이용자들이 몰린다. 이러한 플랫폼은 결과적으로 독점을 낳는다. 그러나 질문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편리해지는 것이 전체 사회에도 좋을까?”

■ 플랫폼 기업 ‘착취적’ 수익 구조

네이버는 지금껏 문제가 터지면 “이용자 중심으로 대안을 내놓겠다”고 말해왔지만 그 이용자가 어떤 이용자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플랫폼 기업의 입장에서 이용자는 ‘데이터’다. 하루 종일 네이버 뉴스를 소비하고 검색을 하고 쇼핑을 하면서 광고까지 들여다보는 이용자 정보와 이용 패턴 데이터는 곧 플랫폼 기업의 수익 모델이다. 이용자들은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플랫폼 기업들은 그 데이터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든다. 김상민 ‘문화과학’ 편집위원은 “이용자가 생산해낸 데이터 정보를 네이버가 가져와 다른 이용자들을 끌어오는 도구로 삼는 구조”라며 “네이버는 플랫폼만 제공했을 뿐 나머지는 이용자가 그 서비스를 다시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이용자가 모이면 결과적으로 독점을 낳기 쉽다. 이용자가 선호하는 플랫폼이 되면 그만큼 이용자 데이터가 쌓이고 그 쌓인 데이터를 모아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내 이용자가 더 모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다. 지난해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73.9%에 이른다. 광고비 11조1295억원 중 네이버의 광고 매출(2조6143억원)은 전체의 23.5%를 차지했다. 국내 총 디지털 광고비(3조8402억원)에서 네이버 광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8.1%나 된다.

유럽연합(EU)은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를 디지털 독과점의 기반으로 본다. 이용자들의 데이터가 모여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또 더 나은 경험으로 이어져 이용자들을 더 끌어모으면 큰 회사들은 더욱 커진다. 이러한 플랫폼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의 직원으로 엄청난 부를 창출한다. 네이버는 연간 매출 4조6784억원, 연간 영업이익 1조1792억원, 시가총액 22조6124억원의 기업이 됐다. 지난해 30대 상장사 직원의 연봉 상승률은 평균 2% 중반 수준이었지만, 네이버는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1년 전보다 무려 18.3%(1275만3000원)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3조3200억원에 이른다.

네이버는 이용자 규모를 기반으로 단가를 책정한 광고 상품을 광고주에게 판매해 매출을 발생시킨다. 이용자에게 직접 과금을 하지 않고 그 대신 광고주에게 간접 과금을 하는 구조다. 검색 광고는 이용자들이 검색 엔진을 사용할 때 검색 결과와 동시에 광고가 노출되는 방식이다. 많은 이용자들이 검색하면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 규모를 바탕으로 광고 수익을 얻는다.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온라인 쇼핑을 하는 과정에서 빅데이터가 만들어지지만 이렇게 생산된 지대는 지대 형성에 기여한 일반 지성에게 분배되기보다는 플랫폼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네이버는 영업이익률이 27.4%에 달했는데 이는 반도체 호황을 견인하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률 22.37%보다 높은 수치다.

하나의 플랫폼서 모든 것 해결 편리함에 이용자 더 몰려
네이버, 이용자 활동 통해 이익 얻고 서비스 확장·개선
콘텐츠 제공자·참여자엔 합당한 분배 없는 ‘착취 구조’
‘오프라인의 규범’ 이식해 온라인 플랫폼 공공성 키워야

이제 우리는 질문을 달리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이 이렇게 많은 부를 창출하는 게 공정한가, 네이버가 내가 선의로 만든 데이터로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고 부를 창출하는 게 맞는가.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장은 “플랫폼에서 가치의 원천이 어디에 있느냐는 논쟁적”이라면서도 “네이버 개발자들로부터 만들어진 가치, 콘텐츠 제공자들로부터 만들어진 가치, ‘엔드 유저(end user)’가 만든 가치로 나눌 수 있는데 그 구조가 굉장히 착취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콘텐츠 제공자들이 합당한 가격 보상을 받는지, ‘엔드 유저’들의 클릭과 터치로 만든 가치를 배분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비자 편의가 사회에도 좋을까

네이버는 기존 서비스에 슬쩍 자사 서비스를 추가로 얹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업데이트해왔다. 네이버페이가 대표적이다. 기존 결제 선택 페이지에 ‘네이버페이’를 넣으면서 이 새로운 서비스로 네이버 지배력이 이전됐다. 쇼핑, 음악, 부동산 등이 다 그런 방식이었다. 이에 지난 2월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네이버 가격비교 사이트와 네이버쇼핑을 동시에 운영 중단하게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네이버가 가격비교와 쇼핑몰, 포털 검색 광고를 같이 운영하고 포털 및 가격비교의 경우 압도적인 트래픽으로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네이버는 오픈마켓 쇼핑만 서비스하고 가격비교 등은 사업분리 및 매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포식자 네이버]③이용자 데이터로 돈 버는 네이버…‘편리’ 내세워 수익 독점

김 소장은 “플랫폼 기업은 자유경쟁을 지향하는 시장주의와 거리가 있다”며 “수요, 공급도 투명하지 않고 비대칭적인 정보로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깔아놓은 판으로 거둬들인 막대한 이익 가운데 ‘새 발의 피’만 한 부분만 참여자에게 공유하는 독점적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독점 형태와는 다르지만 독점의 새로운 형태의 출현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뉴스, 페이, 쇼핑 모두 소비자에게 편리하지만 ‘이용자 편의주의’가 항상 선은 아니다. 김 소장은 “이용자는 플랫폼이 직접 연결되며 편리함을 누리지만 중간에 있는 콘텐츠 제공자들, 플랫폼 노동자들을 갈아넣는 구조”라며 “이것은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부의 분배라는 측면에서도 정의롭지 않다. 당장은 콘텐츠 제공업자가 사라지거나 콘텐츠가 질적으로 떨어지는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노동권 논의도 나오고 있다. 이용자가 선의로 입력한 데이터를 통해 창출한 플랫폼 기업의 부를 배분해야 한다는 논의다. 백승호 교수는 “독점 구조로 카톡·페북을 하지 않으면 사회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는 상황에서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이 ‘자유노동’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논의가 있다”며 “플랫폼 기업이 이윤을 다 가져가는 방식에 대해 어떻게 과세하고 분배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이용자 우선주의’는 오히려 네이버가 사회적 규범에 비켜나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정보인권연구소 이사인 이은우 변호사는 “뉴스 편집권은 사주, 정치권력, 자본과 분리돼야 한다는 오프라인 언론 규범이 네이버 모바일 메인화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용자가 편리해야 한다는 네이버 논리는 네이버 안에서 살아가는 편리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용자가 정말 편리하려면 전국 은행이 하나의 은행으로 합쳐져 어디를 가도 그 은행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네이버 지식인 등은 구글에서 검색도 되지 않고 네이버 밴드를 다음으로 옮기고 싶어도 불가능하다”며 “네이버가 어떤 면에서는 큰 불편을 주면서 미시적으로 편리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을 부정할 수 없는 시대, 지금 필요한 논의는 하나의 세계가 된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 공공성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다. 이 변호사는 “대항 플랫폼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야기”라며 “플랫폼 안에 오프라인에 만들어놓은 규범을 오히려 이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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