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최은경 서울아산병원 교수

2014.01.09 20:35

환자의 종양유전체 분석 ‘맞춤 암치료 권위자’

한국형 유전체 분석 기술로 최적의 항암치료법 찾아줘

폐암 방사선치료 기술 개발 ‘한국의과학 신기술 발명상’

항암선도기술지원센터 맡아 신약·치료 개발 연구 이끌어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최은경 교수(56)는 ‘맞춤 암치료’ 설계의 권위자로 꼽힌다. 항암 신약 및 새로운 진단·치료기술에 대한 국가적인 연구를 이끌고 있다.

2010년 5월 최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매년 20억원씩 5년간 총 1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국가지정 항암 선도기술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선정됐다. 이 센터는 국내 대학과 연구소, 산업계 및 벤처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 항암제와 암 치료관련 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연구 초기 단계에서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2012년 12월 국내 처음으로 암 환자 개개인의 종양 유전체를 분석해 최상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여기서는 서울아산병원과 하버드대 의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한국형 암 맞춤의학 시스템을 이용해 한번의 검사로 동시에 약 500개의 암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를 분석, 특정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표적항암제를 치료 전에 결정해 준다. 최 교수는 지난해 10월부터 대한방사선종양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국가지정 항암 선도기술지원센터’ 센터장인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최은경 교수가 최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맞춤 암치료 연구 및 최신 방사선치료의 성과와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국가지정 항암 선도기술지원센터’ 센터장인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최은경 교수가 최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맞춤 암치료 연구 및 최신 방사선치료의 성과와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의사가 된 지 30년 만에 암 정복을 향한 교육·연구·진료 분야에서 상한가를 올리며 한국을 대표할 만한 의학자로 도약한 것이다.

“현재 세계 의료계는 개인별 암 유전자를 분석해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암을 치료하는 개인별 맞춤진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환자 특성 및 상태에 따라 초정밀 맞춤 진단과 치료에 중심을 두는 방향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는 거죠. 국내에서도 한국형 유전체분석기술을 바탕으로 최신 표적항암제 중 환자 본인에게 가장 잘 맞고 부작용이 적은 항암제를 선택할 수 있어요. 이른바 맞춤 암치료입니다.”

최은경 교수가 외래 전문클리닉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최은경 교수가 외래 전문클리닉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1997년 폐암의 정위적방사선수술을 시행했고, 2001년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를 도입했다. 국내 방사선종양학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정위적방사선수술이란 3~4회의 짧은 기간에 매우 높은 양의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쬐어 종양을 없애는 치료법이다.

최 교수가 주로 담당하는 초기 폐암의 경우 종양 제거율이 95% 이상으로 임상 성적이 우수하다. 그는 2005년 5월 대한의사협회 제31차 종합학술대회에서 폐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방법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의과학 신기술 개발 및 발명품’ 상을 받았다. 폐암 방사선치료 분야의 장비 및 시스템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최은경 교수가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 도입된 4차원 입체방사선 치료기 ‘트루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장비는 움직이는 장기안의 종양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정밀 치료를 시행한다. 강윤중 기자

최은경 교수가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 도입된 4차원 입체방사선 치료기 ‘트루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장비는 움직이는 장기안의 종양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정밀 치료를 시행한다. 강윤중 기자

최 교수는 1983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1987년 방사선종양학 전문의가 됐다. 을지대병원(87년)과 서울대병원(88년), 그리고 서울아산병원(89년)에서 전임의(펠로) 과정을 마치고 1990년에 서울아산병원 교수요원으로 발령 받았다. 95년 8월부터 1년 동안 미국(UCSF)으로 방사선생물학 연구 연수를 다녀왔다. 아산생명과학연구소 부소장, 서울아산병원 폐암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병원 연구기획관리실장,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암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최근까지 국내외 주요 학회지에 논문 246편을 발표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대학교수이셨던 아버지가 위암으로 3년간 투병한 후 돌아가셨어요. 그때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열심히 공부하여 의대에 합격했습니다. 의사 중에서도 반드시 암을 정복하는 의사가 되겠다는 신념에 불탔고요. 1984년 전공의 선택을 할 때 주저없이 방사선종양학과를 골랐죠. 당시 방사선종양학과는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미개척 분야로 꼽혔고, 방사선물리와 생물학적 지식이 필요한 학문이었습니다.”

의료진과 함께 폐암 환자의 최적 치료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최은경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의료진과 함께 폐암 환자의 최적 치료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최은경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최 교수는 부친이 경제학과 교수였고 현재 95세로 장수하고 있는 모친은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교육자 집안에서 4녀1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47세, 어머니가 40세에 낳은 늦둥이였다.

1983년 12월 인턴 때 2살 위인 선배(정연태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호흡기내과)와 결혼해 1남1녀를 두었다. 85년생인 아들과 미국에 있는 88년생인 딸 모두 펀드매니저로 일한다. 결혼을 앞두고 함이 들어왔는데, 최 교수는 일을 마치고 오느라 함보다 늦게 집에 왔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장인 박성욱 교수가 함을 지고 왔다고 한다.

둘다 개원의사였던 시부모는 암 정복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며느리를 이해하고 성원해 주었다.

“고교 평준화 1호로 서울대 의대에 진학할 수 있게 도와주신 고3 때 담임 송영재 선생님, 방사선종양학과 전공의를 거쳐 현재까지 남녀 차별없이 믿고 이끌어주신 박찬일 교수님(서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 등 역임), 그리고 박사학위를 위해 1년 동안 실험과 인생에 많은 깨우침을 주신 하성환 교수님(서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등 저의 오늘이 있게 만들어주신 여러분들께 이 지면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의 좌우명은 ‘좋은 의사가 되자,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다. 자신에게는 원칙대로, 남에게는 관대하게 하는 자세로 살아간다. 박성욱 서울아산병원장(심장내과)은 “최은경 교수는 암 환자의 증상에 따른 맞춤형 방사선치료는 물론,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유전자 맞춤 암치료’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라고 칭찬했다.

■ 최은경 교수가 말하는 ‘맞춤 암치료와 방사선치료’

암 치료는 전통적으로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세가지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각각의 치료를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병합치료를 도입하면서 치료 성적이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치료법에도 불구하고 저항성이 있는 암종이나 환자에 대한 치료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암은 유전자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동일한 암으로 진단받더라도 환자마다 유전자변이의 차이에 따라 실제 종양의 성질은 다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최은경 교수는 “동일한 유형의 암종이라고 하더라도 암이 커지는 속도가 빠르거나 느릴 수도 있고, 치료 반응에 차이가 나며, 같은 환자에서도 치료단계에 따라 효과가 다른 것이 암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암은 매우 변화무쌍하다는 얘기다.

최근 다양한 암 유전자변이가 발견되고 있으며 이를 표적으로 하는 여러 분자표적치료제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기존 치료에 저항성을 갖는 환자에게 새로운 약제나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많아지는 셈이다.

최 교수는 “맞춤 암치료는 이런 환자의 개별적 특성을 알기 위하여 환자로부터 얻은 종양조직의 유전자변이를 분석한 뒤 확인된 유전자변이에 대한 최적의 분자표적치료제를 찾거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선치료는 종양 주위의 정상조직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종양을 소멸시키는 다양한 치료법이 나왔다. 좋은 결과를 통해 다양한 장기에서 방사선 치료의 역할이 늘어나고 있다. 최 교수는 “국내에서도 암 환자 절반 이상이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방사선치료도 환자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방사선치료를 도입하여 환자마다 방사선 조사(照射) 영역, 조사량, 방사선 조사법에 차이를 두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치료효과는 극대화, 부작용은 최소화’를 위한 것이다.

최 교수는 “변화무쌍한 암을 극복하기 위하여 맞춤 암치료는 필수적이며, 맞춤형 방사선치료 도입으로 방사선종양학 역할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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