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홍기연 원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2014.02.27 21:28

노화 막는 클리닉…국내 대학병원서 첫 운영

간호사 시절 산부인과에 매료 … 뒤늦게 의대 입학 후 소신 지원

캐나다 연수 때 ‘항노화’ 관심 … 운동·미용시술 등 포괄 진료

원광대병원 산부인과 홍기연 교수(58)는 국내 대학병원에서 유일하게 ‘노화방지클리닉’을 열고 있는 노화방지의학 및 폐경·갱년기 치료의 권위자다. 특히 간호사에서 의사로 변신, 인생의 대반전을 이룬 의학자로도 유명하다.

“노화방지의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1년 2학기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뒤였어요. 외국에는 이미 항노화 치료가 활발했죠. 늦은 결혼으로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부모들이 늘어나 그들을 위한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고, 2002년 노화방지의학회 과정에 등록해 교육을 받았습니다.”

노화방지 의학 분야의 선두주자인 원광대병원 산부인과 홍기연 교수가 외래진료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간호사에서 의사로 변신한 인생 대반전의 주인공이다.  원광대병원 제공

노화방지 의학 분야의 선두주자인 원광대병원 산부인과 홍기연 교수가 외래진료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간호사에서 의사로 변신한 인생 대반전의 주인공이다. 원광대병원 제공

홍 교수가 밟은 과정은 ‘노화는 치료에 반응하는 질환’이라고 주장하며 2002년 설립된 미국노화방지의학회의 교육과정을 국내에서 대행하는 것이었다. 미국노화방지의학회는 전 세계 120여개국의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85%가 의사이고 나머지는 과학자, 공무원, 공공의료기관 관계자 등이다.

서울에서 몇 개월에 걸쳐 고강도 교육을 실시하고 각 교육과정마다 4차례 필기시험을 보았다. 홍 교수를 비롯한 17명이 국내 첫 합격생이 됐다. 이후 17명이 미국노화방지의학회 전문의 최종시험에 도전했다. 이 시험은 전 세계 의사들을 상대로 영어로 진행되었는데, 언어장벽 때문인지 한국 의사는 1명만 붙었다. 홍 교수도 떨어졌다.

젊은 여성에게 생식기의 기능과 질환의 증상 및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는 홍기연 교수.

젊은 여성에게 생식기의 기능과 질환의 증상 및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는 홍기연 교수.

“비록 미국 전문의는 따지 못했지만 공부를 하면서 노화방지의학이라는 학문에 매료되었어요. 개업을 해서 그 분야의 꿈을 펼쳐 보고픈 의욕이 넘쳐났죠. 학교에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의료원과 재단에서 만류하며 노화방지 분야 진료를 하는 클리닉을 개설해 주었습니다.”

그것이 10년 전인 2003년 11월10일의 일이다. 원광대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대학병원으로서는 지금도 유일하게 노화방지클리닉을 열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땐 가정의학과,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산부인과 교수들과의 협진체제로 운영했다. 현재는 산부인과 전문의인 홍 교수 혼자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원광대병원 산부인과 홍기연 교수팀이 수술을 하고 있다.

원광대병원 산부인과 홍기연 교수팀이 수술을 하고 있다.

“노화방지클리닉이 주로 다루는 분야는 운동·식이에 관한 포괄적 상담, 호르몬 투여요법과 보톡스·필러 시술, 반영구 화장 등 미용시술입니다. 요즘은 수업도 많고 산부인과 진료 역시 업무가 과중해 그쪽에 심혈을 쏟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지역 방송매체와 각종 의학 세미나에서 많은 강의를 통해 노화방지의학을 전수해 온 열정을 다시금 되살리고 싶습니다.”

홍 교수는 1988년 원광대 의대를 졸업하고 모교 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1993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그해 원광대 의대 교수로 임용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학회지에 7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전공의 시절 만난 남편은 원광대 대학원장인 정진철 교수이며 1남1녀(대학생)를 두었다.

홍기연 교수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부인과 질환을 진단하고 있다.

홍기연 교수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부인과 질환을 진단하고 있다.

홍 교수는 간호사 출신 의사라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980년대 초반까지 간호사로 일하던 시절, 인생의 멘토인 황영희 박사(안양 샘병원 명예원장)의 모습에 매료돼 황 박사처럼 산부인과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1982년 남들은 졸업할 나이에 의대에 입학했다.

“늦게 입학한 터라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 덕분에 의대 등록금은 3분의 1가량만 냈고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인턴 수련을 할 때 산부인과에 사고가 있어서 병원이 뒤숭숭했어요. 당시 방사선과 교수였던 병원장님이 무슨 과를 지원할 거냐고 물으셨죠. 이미 산부인과를 지원했다고 말씀드리니, 산부인과의 어려운 점을 들어 의아해하셨어요. 아마 늦깎이 의사인 제가 힘든 과를 가는 게 안타까워 그러신 것 같습니다.” 30대의 인턴이 병원장에게 “산부인과가 어려워 제가 꼭 산부인과를 해야 합니다. 산부인과를 살려야죠”라고 말한 일화는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 있다.

노화방지클리닉에서 항노화 주사 시술을 하고 있는 홍기연 교수.

노화방지클리닉에서 항노화 주사 시술을 하고 있는 홍기연 교수.

홍 교수는 올 1월1일부터 손쉽게 누구나 할 수 있고 시간 투자도 많지 않은 108배를 시작했다. 그런데 46일이라는 기간이 지나 재보니 허벅지가 너무 굵어져 있었다. 60㎝에 육박하는,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와 비슷한 수치였다. 근육의 비율은 이상화 선수보다 적겠지만 108배 이후 급격히 굵고 강해진 것이라 나이 들면서 하체가 허약해진 사람들에게 권장하고 싶단다.

원광대병원 정은택 병원장(호흡기내과)은 “홍기연 교수는 매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진료업무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아주 자상하고 친절해 인기도 매우 높다”며 “산부인과 진료와 수술, 학생 및 전공의 교육 등에 바쁘면서도 노화방지클리닉까지 운영하는 열혈 여의사”라고 평가했다.

■ 홍기연 교수가 말하는 항노화 호르몬요법들

나이가 들어가면 호르몬이 줄면서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성장호르몬은 10대 후반에 최고 농도로 분비되다 이후부터 매년 1% 정도씩 서서히 감소되면서 노화가 진행된다. 성호르몬도 서서히 줄어든다. 호르몬이 부족해 노화가 온다면, 호르몬을 보충해 주면 노화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노화방지 목적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성장호르몬은 유전자공법으로 인체의 성장호르몬을 재조합하여 만든 것으로, 인체 내 호르몬과 구조가 동일하고 안전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성들은 성호르몬 투여로 삶의 질 향상 효과를 크게 거둘 수 있다. 특히 골다공증이 있는 여성에게 일정 기간 호르몬을 투여한 후 골밀도 검사를 해보면 상태가 현저히 좋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보다 유방암 빈도가 높은 미국 여성의 경우 호르몬을 투여받지 않은 여성 1000명당 3명에게 유방암이 발생되는 데 비해 호르몬을 투여받은 여성은 1000명당 3.8명에게 유방암이 생겼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확률 때문에 호르몬 투여를 꺼릴 필요는 없다. 호르몬 요법을 하면 의사를 주기적으로 만나고 적정 기간 내에 유방암 검사를 하게 되므로 조기 검진의 기회가 높아진다. 남성의 성호르몬 요법으로는 패치, 젤리 주사제 등 여러 형태의 남성호르몬 제제가 개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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