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딱딱해지면 전신경화증 의심

2015.01.29 21:06 입력 2015.01.29 21:48 수정
전재범 |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교수

‘전신경화증’이라는 병이 있다. 피부가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피부뿐만 아니라 폐, 심장, 위장관 등 내부 장기도 침범하는 희귀질환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다만 일반적인 자가면역질환과 같이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환경적 요인이 동반될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의술 인술]손발 딱딱해지면 전신경화증 의심

전신경화증 증상은 크게 레이노현상, 피부증상, 내부 장기 침범 증상으로 분류한다. 레이노현상은 추위나 감정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경우 말초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색깔이 하얗게 또는 파랗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하얗게 질렸다가 파랗게 변하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오히려 더 붉어지는 3단계의 색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색조 변화와 함께 저림증상과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다른 원인 없이 생기는 것을 1차성 레이노현상(레이노병)이라고 한다. 어떤 질병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2차성 레이노현상이라고 한다. 1차성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약물치료는 거의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2차성인 경우에는 대표적인 원인질환이 전신경화증, 전신홍반루푸스, 혼합결체조직질환을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혈액검사에서 자가항체가 나오는 경우가 많고 대개 증상이 심하다.

따라서 레이노현상을 호소하는 환자는 1차성인지, 2차성인지 감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의 나이, 증상의 심도, 자가항체의 유무로 구분한다. 최근에는 손톱과 피부의 경계 부위에 있는 손톱주름의 모세혈관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1차성과 2차성을 구분한다.

전신경화증의 피부증상은 피부 침범의 범위에 따라 미만형과 제한형으로 크게 나눈다. 미만형은 팔과 다리뿐만 아니라 몸통, 얼굴까지도 피부가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는 형태다. 제한형은 팔꿈치와 무릎의 말단 부위와 얼굴만을 침범하는 형태다. 두 군은 피부 침범의 범위만 다른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임상양상에서도 차이가 있다. 미만형은 대개 레이노현상이 피부경화현상과 함께 시작된다. 제한형에서는 레이노현상만 수년간 지속되다 서서히 손가락 피부가 단단해질 수 있다. 주의 깊은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피부 침범의 정도가 심할수록 합병증의 발생이 많고, 따라서 예후도 나빠진다.

내부 장기 침범은 위장관, 특히 식도 침범이 아주 흔해 역류성식도염이 자주 발생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장기 침범으로는 폐의 간질성폐질환과 폐동맥고혈압이 대표적이다.

간질성폐질환은 폐가 굳어지는 현상이다. 처음에는 운동할 때 약간씩 숨이 차고 마른 기침이 나는 정도다. 하지만 진행이 되면 호흡곤란이 심해 집에서도 산소호흡이 필요하다. 기침과 가래가 많아질 수도 있다. 고해상도 폐CT나 폐기능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폐동맥고혈압은 일반 고혈압과 달리 심장초음파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폐동맥의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의심 소견이 나오면 확진을 위해 우측 심도자술이라는 특수검사를 하기도 한다. 폐동맥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혈전으로 막히면 폐동맥의 혈액순환이 나빠지면서 혈압이 올라간다. 폐로 들어온 산소가 제대로 혈관으로 공급되지 않아 호흡곤란이 생긴다. 진행이 될수록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우심실 기능이 떨어지면서 하지부종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심부전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내부 장기 침범으로는 소장과 대장에서 세균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세균과증식이 있다. 배가 부풀어오르고 심한 복통이 나타난다. 악성고혈압으로 신장을 침범할 경우 만성신부전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전신경화증은 이들 증상과 검사결과를 종합해 진단한다. 전신경화증 치료도 레이노현상, 피부증상, 내부 장기 합병증에 대한 치료로 나누어진다. 증상에 따라 적절하게 치료하면서 심각한 합병증 발생을 실시간으로 살피는 게 중요하다. 초기에 나타나는 레이노현상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진료를 받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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