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알코올·게임·도박·스마트폰…중독은 또 다른 중독을 낳는다

2017.12.19 21:05 입력 2017.12.19 21:06 수정
이상규 | 한림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지금! 괜찮으십니까](22)알코올·게임·도박·스마트폰…중독은 또 다른 중독을 낳는다

미국중독의학협회는 중독을 ‘보상, 동기, 기억 그리고 이와 관련된 뇌 회로의 일차적이며 만성적인 질환’이라고 정의한다. 이처럼 중독은 약물이나 알코올, 니코틴 등 물질의 과도한 사용과 관련된 개념뿐 아니라 뇌의 보상, 동기, 기억 회로를 강화하는 다양한 물질과 행위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많은 연구들을 통해서 약물이나 알코올 등의 물질 사용과 도박, 인터넷, 스마트폰, 게임, 음란물 등의 병적인 사용 사이에는 신경생물학적 연관성, 유사한 원인론, 병태생리가 밝혀지고 있으며 이들 중독자의 행동 양상, 폐해도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즉 술이나 마약, 담배 등과 같은 물질만이 중독의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 괜찮으십니까](22)알코올·게임·도박·스마트폰…중독은 또 다른 중독을 낳는다

진료실에서 인터넷, 도박, 게임의 과도한 몰두와 반복적 행동이 알코올, 약물 등의 물질 중독으로 확대된 환자들과 마주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물질 중독과 마찬가지로 내성과 금단, 강박적 사용과 갈망, 대인관계 및 사회적·직업적 기능의 장애를 보인다.

중독이 다양하다는 것은 중독을 유발하는 대상으로의 접근이 쉽고, 한 가지 중독이 다른 중독을 초래하거나 다른 중독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 또 두 가지 이상의 중독장애가 공존하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나라 중독 공존 실태 연구가 ‘한국중독정신의학회지’에 최근 발표됐다. 이 연구는 알코올, 니코틴, 도박,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5가지 중독장애의 공존율을 조사한 것이다.

연구 결과 알코올 중독은 니코틴 중독이 있을 때 5.7배, 도박 중독이 있을 때 2.9배 증가했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이 있는 경우에 2~2.3배 증가했다. 니코틴 중독도 도박 중독이 있을 때 3.3배, 인터넷 중독이 있을 때 2.4배로 중독 고위험군 발생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각각의 중독 중 2개의 중독장애가 공존하는 경우는 19.5%, 3개의 중독 공존은 9.1%, 4개의 중독 공존은 3.7%, 5개의 중독 공존은 0.7%였다. 2개 이상의 공존 중독을 보이는 비율이 전체의 33%에 달했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중독의 공존성이 남성과 20대에서 더 높다는 것이다. 특히 중독이 3개 이상인 군에서는 20대가 35.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20대의 경우 공존하는 중독 개수가 늘어날수록 전체 연령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과 같은 새롭게 대두되는 행위 중독의 위험이 젊은 성인에서 높고, 다른 중독과의 공존성도 높다는 결과는 향후 우리나라의 중독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

이미 우리에게 중독 문제는 가볍지 않다.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질환 중 평생 유병률이 가장 높은 것은 알코올 사용장애로 12.2%이다. 니코틴 사용장애(6.0%)나 약물 사용장애(0.5%) 같은 물질 중독 유병률도 외국에 비해서 심각한 수준이다. 도박,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중독 문제는 국민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또 다른 적들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 적들은 쉽게 합종연횡하고 서로 강력히 힘을 북돋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중독 문제를 대적하여야 할까? 나 혼자의 힘으로 맞서 싸울 수 있을까? 시작은 나 개인이지만 가족이, 사회가, 지역이, 국가가 나서야 한다. 중독은 지금의 문제이지만 미래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한국자살예방협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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