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가족 간 예의 지키기, 타인에 대한 ‘갑질’ 예방

2018.05.08 21:37 입력 2018.05.08 21:39 수정
한창수 | 중앙자살예방센터장 (고려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사회선 성공인·호인으로 평판
가족에게는 말과 행동 함부로

5월은 가정의달이다. 날씨가 좋고 아직 뜨겁지 않은 계절에 가족의 정을 나누고 같이 돈독한 시간을 많이 가지라는 의도일 것이다. 요즘은 가정의달에도 ‘명절증후군’처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 내에 존재하는 ‘갑질’이 큰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갑질이라고 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본인의 우월한 지위나 직급을 이용하여 아랫사람에게 무례한 언동을 하거나 하인 다루듯이 함부로 구는 행동거지를 말한다. 이런 갑질에는 육체적인 폭력도 있겠지만 말로 괴롭히는 정신적 폭력, 또는 우월적 위치를 이용한 협박, 말로 상처 주기 등도 포함된다고 하겠다.

사회 속에서의 인간관계라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개인이 노동(예를 들어 요리나 통역, 서류작성 등)을 서비스하고 그에 대한 금전적 대가를 받는 계약관계를 전제로 한다. 인격적으로 아랫사람 행세를 하거나 굽실거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급 혹은 물건값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인격적으로나 신분적으로도 윗사람이 된 걸로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우울증 부르는 두 얼굴의 가장
단란한 가정 뒤엔 누군가 희생
“자녀가 상처 안 받게 배려해야”

비단 직장이나 사회에서뿐 아니라, 가정 내에도 윗사람 행세를 과도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휴일에는 시댁에 와서 집안일을 같이할 것을 명령하는 시부모, 남편이 집에 있을 때는 삼시세끼 해주되 절대 말대답을 하면 안된다는 남자,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룬 자녀들도 부모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함을 역설하는 부모도 그중 하나일 수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인격적으로도 존경을 받는데, 유독 내 가족에게만은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밖에서는 호인이라는 평판을 듣고 또 타인에게는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갑질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공감을 배우지 못한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가정 내에서는 본인이 사회에서 겪은 울분과 열등감을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화풀이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스트레스 클리닉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일사불란하게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단란하고 우애 좋은 가족’ 뒤에는 누군가 1~2명의 인내와 희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경우가 흔히 발견된다. 이런 인내와 희생을 감내하는 피해자들은 결국 만성 우울증이나 화병 같은 문제들을 겪기 쉽다.

[지금! 괜찮으십니까](27)가족 간 예의 지키기, 타인에 대한 ‘갑질’ 예방

동양고전의 좋은 글들을 모은 <명심보감>은 수신(修身), 즉 인격수련의 길을 잘 알려준다. 이 책 안의편(安義篇)에서는 ‘인간관계는 빈부를 초월한다’고 말한다. 또 준례편(遵禮篇)은 가족·친척 간이나 직장에서도 예의가 중요하며 심지어 전쟁을 할 때도 예의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런 적절한 예의와 존중을 위해서 언어편(言語篇)에서는 말의 책임성과 말을 삼가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다시 말해 가족 간에 서로 존중하고 말과 행동에 있어서 예의를 지키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기본이라는 얘기이다.

내 몸과 같은 가족이기 때문에 친하자고, 허물없이 하는 이야기니까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 말아라. 허물없이 하는 말은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전제하고 있다.

본인의 성격상 가족에게는 예의 지키기를 도저히 못하겠다면 방법은 하나다. 차라리 남이라고 생각하라.

각자 독립적인 삶의 영역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 예의를 지키는 가족이 가장 화목한 가족이다. 내 가족이 밖에서 갑질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기 바란다면 집안에서 그렇게 대우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한국자살예방협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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