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시작된 특별한 인연

2011.06.01 09:48

벌써 세 번째 제주도 여행이다. 제주도는 한 때는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던, 현재는 가족여행과 수학여행 등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면서 꼭 한 번은 가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1,848.4㎢')는 서울(605.522㎢)보다 3배 넓다. 하지만 이미 지난 두 번의 방문에서 안 가본 곳 없이 제주도 곳곳을 누볐다. 세 번째 방문에 더 이상 구경할 것이 없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문은 무척 의미가 깊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우리나라의 자연경관을 필리핀에서 온 특별한 인연에게 소개했기 때문이다.

제주도 여행 첫날 호텔 로비에서 필리핀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 첫날 호텔 로비에서 필리핀 가족과 함께

나의 외가는 어느 필리핀 가족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전 필리핀 대통령 주치의였던 필리페(Philippe) 할아버지 가족과 조엘(Jeol) 가족이 바로 그들이다. 큰 외숙부께서 외국에서 치의학 공부를 할 때 만나 현재까지 십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인연이 이어져 왔다. 최근 몇 년간은 한 해에 두 차례씩 양국을 오가며 여행을 함께 하곤 했다.

이러한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필리핀과 우리나라의 문화적 유사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필리핀 역시 여느 나라보다도 정(情)을 중시한다. 필리핀 가족들은 큰 외숙부께서 타지에서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공부하실 때 수년간 외숙부를 가족의 일원처럼 챙겨주고 돌봐주었다고 한다. 특히 외숙부께서 수련을 했던 병원의 병원장인 필리페 할아버지와 그곳의 치과의사인 조엘 아저씨는 외숙부께서 간담상조(肝膽相照)할 수 있었던 상대였다.

이 때문에 외숙부께서 귀국하신 이후로도 우리 가족들은 늘 필리핀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지녔고 우리가 필리핀에 방문하거나 필리핀 가족을 우리나라에 초청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그 은혜를 갚고 있다. 지난겨울에는 우리 가족이 마닐라를 방문했고, 올 봄에는 작은 외숙부께서 필리핀 가족들을 제주도로 초청했다.

필리핀에 해외조사단으로 방문했을 때 마닐라 투어를 시켜준 필리핀 가족들

필리핀에 해외조사단으로 방문했을 때 마닐라 투어를 시켜준 필리핀 가족들

수차례 양국을 오가면서 느낀 것은, 정(情) 이외에도 가족문화가 상당히 유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필리핀 역시 혈연중심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보통 해외여행을 갈 때 친지 전체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필리핀 역시 여행 시 대가족 단위로 움직인다. 이번 제주도 여행 시에도 조엘 아저씨와 아저씨 남매의 식구가 함께 방문했다. 내가 보건복지가족부 주관 해외조사연수단으로 선발되어 필리핀에 방문했을 때 조엘 아저씨의 누님인 베봇(Bebot) 아주머니 댁에서 신세를 진 적이 있다. 그 때에도 친지들이 번갈아 가며 저녁을 대접하고 함께 관광지를 둘러보았던 기억이 있다. 필리핀에서 한 가정의 일은 곧 그 대가족의 일과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정은하/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