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개새끼론' 유감..남탓하지 말고 님부터 잘하셈

2012.04.14 12:49

11일 끝난 19대 총선에서 20대 여성 투표율은 8%, 20대 전체 투표율은 27%에 그쳤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게 사실이면 좀 무서운 일이겠다. 하지만 19대 총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자의식 1, 2차 조사에서 20대의 투표의향은 36.1%, 35.9%로서 평균 56.9%, 58.1%보다 확실히 낮지만 8%나 27%는 억측이다. 더군다나 선관위에서 인구통계학적 투표율 분석을 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한 달 이상이다. 2년 전의 지방선거(54.4%)보다도 낮은 투표율(54.3%)과 여당의 단독 과반의석 달성 등에 대한 실망감 덕택에 소문은 상대적으로 보수정당에 비판적인 SNS 공간에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자료출처: 19대 총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자의식조사

자료출처: 19대 총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자의식조사

소문은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들어섰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이 든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선거결과가 나온 화풀이로 또다시 만만한 20대가, 그리고 그중에서도 여성이 희생양으로 선택된 것 같아서다. 몇 년 전 유행했던 갖은 '개새끼론'도 언뜻 떠오른다.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이나 부족한 참여를 지적하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세련되지 않다. 더 나쁜 것은, 좀 더 나은 민주주의의 구현을 위해 참여를 독려하는 데에도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반성하면서 따를 수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는 반감만 키울 수 있다.

선관위 유권자의식조사를 살펴보면, 19대 총선을 앞두고 벌인 1, 2차 조사에서 선거 관심도는 65.6%, 69.6%로 나타났고, 투표의향조사에서는 ‘적극적 투표의사(반드시 투표하겠다)’가 56.9%, 58.1%로 ‘소극적 투표의사(가능하면 투표하겠다)’가 30.3%, 30.0%로 각각 나타났다. 실제로 나타난 투표율은 54.3%로서 적극적 투표의사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투표의향은 87.2%, 88.1%로서 전혀 낮지 않았다. 4월 9일 자 <한겨레>는 임시공휴일인 총선 당일 상당수 일터에서 정상근무 방침을 정해 노동자들의 투표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를 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7일 총선 당일 정상근무를 하는 업체를 제보받은 결과, 783건이 접수됐다”며 투표일에 근무는 하지 않지만 단체 야유회나 수련회를 열어 직원들의 투표를 방해하는 사업장도 있었다”고 밝혔다. 지정투표소가 아닌 곳에서도 투표할 수 있는 전자투표 도입이나 투표시간 연장 등이 진지하게 논의돼야 할 이유다.

1년 전,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정치하는 사람들도 보면 남의 탓을 한다. 그런 사람 성공하는 것 못 봤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야권연대의 선거전략은 시종일관 ‘남탓’이었다. 20대에게 '너희에게 희망은 없다’라고 일갈했던 어떤 이는 정계입문 한 달 만에 낙선했다. 손쉽게 ‘남탓’만 해서 나아질 건 없다. 낮은 투표율을 개선하기 위해서 기권한 유권자 모두를 싸잡아 다그치기보단 투표에 참여하고 싶어도 투표에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는 게 더 발전적이다. 한편 비투표의사를 밝힌 이들은 투표할 생각이 없는 이유로 '투표를 해도 바뀌는 것이 없어서'를 가장 많이 꼽았다. 19대 국회를 이끌어 갈 의원님들 어깨가 무겁다.

김용재/인터넷 경향신문 인턴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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