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특집

세계의 행정도시

2012.10.18 16:03 입력 2012.10.18 16:12 수정

미국의 워싱턴 DC, 독일의 베를린, 캐나다 오타와, 호주의 캔버라, 브라질 브라질리아, 터키 앙카라,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리토리아….

이들은 수도권 과밀화 등의 이유로 발생한 도시경쟁력 저하를 차단하고 행정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건설된 행정수도 혹은 행정도시들이다. 대표적인 행정도시의 건설과정과 도시이전 이후의 발전 양상을 알아본다.

■ 미국 워싱턴 DC
민주주의 이념 담긴 철저한 계획 도시

워싱턴 DC는 1790년 수도 소재지로 결정됐다. 도시 설계자는 피에르 랑팡이다. 각종 정부기관, 박물관 그리고 도시의 복합단지(워싱턴 내셔널몰)가 방사·격자형으로 잘 정돈되어 있는 게 이 도시의 특징이다. 네모난 모양을 가진 도시의 대각선을 그어 보면 사각뿔이 형성된다. 그 꼭짓점에 의회의사당이 있다.

대칭은 아니지만 의회의사당 좌우에 백악관과 연방대법원이 위치해 있다. 민의의 전당 의회가 행정부보다 우선한다는 의미를 담은 기획 설계 탓이다. 도시 설계 자체에 미국 민주주의 정신을 담아낸 것이다. 그 의도를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알링턴 국립묘지다. 해발 100m 정도의 언덕에 위치한 알링턴 국립묘지 꼭대기에 있는 ‘전몰장병상’이 의회의사당을 정면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남북통일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죽어간 장병이 의회의사당을 지켜보고 있다. 설계에 담긴 미국 정신이 워싱턴 DC를 세계의 수도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세종시 역시 도시의 생명력과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세종의 정신’을 담아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 독일 베를린
행정기관 절반 이전 효율적 도시이용 교훈

유대인박물관에서 본 베를린 도시 풍경.

유대인박물관에서 본 베를린 도시 풍경.

통일된 독일은 1991년 과거 서독 수도(본)의 행정기관의 절반가량을 베를린으로 이전했다.

구동독지역에 있던 베를린의 경제 활성화 효과를 겨냥한 것이지만 정작 베를린은 경제보다는 정치 비중이 훨씬 큰 도시로 바뀌어갔다.

이 때문에 ‘1국2수도체제’의 비효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며 베를린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럽 대표도시로 키운다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문화와 언론중심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그 일환이다.

세종행정도시 건설과 ‘행정분리’를 한 우리 정부는 특히 베를린의 수도이전에서 교훈을 얻어 행정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의견으로 나타나고 있다.

■ 호주 캔버라
도시 전체가 공원… 바둑판형도 세종과 비슷

호주 캔버라는 세종시와 닮은 점이 많다. 세종시와 같이 전형적인 계획도시다. 무려 80년에 걸쳐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수도이전을 추진한 결과다. 특히 자연과 문명이 조화된 인공도시를 만든 것은 호주와 한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물과 숲, 그리고 행정기관으로 잘 조성된 호주의 행정수도 캔버라 전경.

물과 숲, 그리고 행정기관으로 잘 조성된 호주의 행정수도 캔버라 전경.

특히 도시설계 콘셉트도 인공호수(벌리 그린피 호수)를 중심으로 환상, 바둑판 모양으로 꾸민 것도 세종시와 유사하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원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캔버라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행정과 문화 중심도시가 되는 바람에 산업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행정만이 아니라 문화와 경제가 살아 움직이는 행정복합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가 닮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전시행정 비난 불구 관광 관문으로 정착

말레이시아는 14년 동안 끌어온 수도이전 작업(쿠알라룸푸르→푸트라자야)을 지난 2010년에 완료했다. 수도이전은 ‘아시아의 가치’를 주창했던 마하티르 전 총리에 의해 시작됐다.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장기발전전략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마하티르 전 총리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무엇보다 푸트라자야는 쿠알라룸푸르와 불과 2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인근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업지구가 자리를 잡고 정부가 각종 문화행사를 유치하는 등 ‘수도 마케팅’에 나서면서 푸트라자야는 서서히 쿠알라룸푸르의 그늘에서 벗어나 말레이시아 관광의 관문으로 터를 잡아가고 있다. 세종시의 자족기능 확보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우리 정부도 푸트라자야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브라질 브라질리아
독수리형상을 모델로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건축가겸 일러스트레이터인 오영욱씨가 스케치한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모습.

건축가겸 일러스트레이터인 오영욱씨가 스케치한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모습.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는 선거의 산물이다. 해안지역에 밀집된 인구 집중을 완화하고 낙후된 내륙의 개발을 촉진하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행정수도 건설을 공약한 쿠비체크 전 대통령이 수도 이전 건설을 착수했다. 1960년 수도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브라질리아로 옮겼다. 브라질리아는 현대 건축의 거장 오스카 니마이어가 독수리 형상을 기하학적으로 설계해서 만든 인공도시다. 머리 부분에 대통령관저와 국회의사당, 최고재판소가 들어선 ‘3권 광장’이 있다. 몸통 부분엔 정부기관, 양 날개 쪽에는 주택가와 상업지구가 조성됐다. 유네스코는 1987년 브라질리아를 ‘현대와 미래가 어울리는 독창적인 도시’로 평가하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도시건설 과정에서 든 과도한 재정 부담(20억달러)은 결국 인플레이션과 외환위기 원인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종시 조성에만 투입된 총비용도 정부예산과 LH 투자액만 23조7000억원이다.

■ 없는게 많아 오히려 다양하고 산뜻한 세종시

첨단 디자인 도시 세종시는 없는 게 참 많은 도시다.

우선 똑같은 아파트가 없다. 세종시에서는 기존 도시에 흔한 ‘복사 아파트’나 ‘판박이 건물’을 볼 수 없다.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는 건물의 크기와 방향, 각도가 각기 다르다. 심지어 건물을 지을 당시 그림자의 방향까지 감안했다고 한다. 아파트 상가에서도 짙은 원색의 간판을 사용할 수 없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도시 이미지, 주변 자연환경, 건축물 등과의 조화를 고려해 세종시 고유의 색채로 개발된 회색톤을 주 색채로 사용하도록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리의 샹제리제 거리는 붉은색을 건물이나 간판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정복희씨는 “건물의 형태가 다양하고 색채도 고상해 도시 미관이 한결 산뜻하고 아름답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세종시에는 다른 도시에는 없어서는 안되는 쓰레기차가 없다. 쓰레기 처리를 위탁받은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의 파업에 의한 ‘쓰레기 파동’ 같은 불상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파트 내의 쓰레기통은 지하에 설치된 관을 통해 인근 집하장과 연결되어 있다. 음식물쓰레기와 일반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면 쓰레기는 관을 통해 자동으로 인근 집하장에 집결된다. 모아진 쓰레기는 난방용 연료로 만들어져 재활용된다.

또 전봇대에 붙은 전단이나 벽보, 스티커 등도 볼 수 없다. 전선과 통신선을 모두 땅속에 묻는 지중화 사업을 전개, 전신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청사는 물론 일반 주택도 담장이 없고 광고판도 설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소음분쟁이 끊이지 않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도 허가하지 않는 게 그 이유다. 한 디자인 업계 근무자는 “정부가 세세한 것까지 세종시의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면서 “시각이든 청각이든 공해로 변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앤 것은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내년 4월부터는 세종시 대중교통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BRT 버스의 운전사도 볼 수 없게 된다. 정부는 BRT 버스 운행이 본격화되는 내년 4월께 세종시와 주변 모든 BRT 도로에 단계적으로 자기유도시스템을 설치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BRT 버스가 스스로 운행된다. 하지만 무인운전은 운전비용이 더 든다고 한다. 긴급상황 발생에 대비, 최소한 1명의 안전요원은 승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무인운전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뭘까. 급정거, 난폭운전에서 비롯된 안전사고가 원천적으로 사라지고 BRT 버스의 장점인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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