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대량 해고, 주민들이 막았다

2015.01.04 21:27 입력 2015.01.04 21:34 수정

안양시 관악 부영4차 아파트 주민 ‘아름다운 배려’

▲ “비용 줄여 노후시설 교체” 입주자대표회의 감원 통보
“관리비 월 7천원 더 내겠다” 주민이 거부, 무산시키자
이번엔 감원 대신 교체 나서
주민, 입주자대표 해임안 내 결국 전원 재고용키로 합의

한 달여 전만 해도 그들의 2015년은 침울했다. 노년에 어렵게 얻은 일터에서 동료 모두가 쫓겨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던 그들은 서로를 위로했고 그렇게 절망을 달랬다. 그러던 그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경기 안양시 관악 부영4차 아파트 단지 경비원 15명의 사연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말 한꺼번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10개동 796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 단지 경비원은 모두 20명으로 1년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위탁회사를 거치지 않고 경비원을 직접 채용해 온 이 아파트 단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새해에 정들었던 주민들과 다시 밝게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지난 2일 낮 12시쯤 아파트 단지 순찰을 도는 경비원 최모씨(65)를 기자가 만났다. 그는 “엄동설한에 갈 곳 없이 나앉을 처지였는데 주민들이 다시 일하게 해줬다. 지난 한 달은 가족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미안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부영4차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11월20일 경비원 가운데 11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관리비를 줄여 노후된 아파트 시설을 교체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의 감원 계획은 무산됐다.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감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전했다. 찬반 투표를 통해 참여 가구 499가구 중 413가구가 감원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감원을 하지 않는 대신 관리비를 월 7000원씩 더 내기로 했다.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8일 감원 대신 15명을 교체하겠다는 새 방침을 세웠다. 그러자 입주민들은 이번엔 서명운동을 벌였다. 입주민 94%가 해고에 반대했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해고를 강행하려 한 입주자대표회의 임원 7명의 해임건의안을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에 제출했다. 해임건의안에는 입주민 80% 이상이 동의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주민 비상대책위는 결국 지난 1일 이들을 전원 고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9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 경비원은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준 주민 모두에게 너무 고맙다”며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일하겠다”고 말했다. 정도연 부영4차 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54)은 “주민들 대다수의 생각과 다르게 강행하려 한 입주자대표회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입주자 대표들의 독단적인 아파트 운영에 주민들이 모른 척하지 않고 뜻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49)은 “나이가 60·70대인 경비원들에 대해 기간 만료로 계약을 해지하려 했던 것이지 부당하게 해고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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