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쉬고, 맛보고 즐기고… ‘종합건강마을’

2010.09.01 23:09

전북 모악산 네 마을 ‘공동체회사’ 설립

청정 먹을거리에 찜질방, 휴양소 시설

방문객 급증…농가 새 소득원 떠올라

“등산을 처음 해봤어요. 산에서 내려와 얼음동굴도 다녀오고 한증막에서 땀 흘린 뒤 황토방에서 잤어요. 너무너무 신나서 매일 오고 싶어요.”(박정연양·13)

“도심 근교에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먹을거리와 체험시설들을 갖춘 힐링마을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른들도 한 번 와보면 꼭 다시 찾을 것 같아요.”(노성순씨·47·전주시 중화산동)

전북 완주군 모악산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영산이다. 해마다 외국인 명상체험단이 찾을 정도다. 이 산의 뒷자락 한쪽에는 ‘최고의 건강을 팔아먹는 마을’이 있다. 바로 ‘안덕파워빌리지(www.poweranduk.com)’다.

마을공동체회사 ‘안덕파워빌리지’ 주민들이 된장을 담그고 있는 가운데(위) 한쪽에서는 관광객들이 김치 담그기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아래). | 안덕파워빌리지 제공

마을공동체회사 ‘안덕파워빌리지’ 주민들이 된장을 담그고 있는 가운데(위) 한쪽에서는 관광객들이 김치 담그기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아래). | 안덕파워빌리지 제공

◇ 마을회사의 탄생 = 몇년 전만 해도 이곳 주변마을은 여느 농촌과 다름없었다. 청년들은 마을을 떠났고 아기 울음소리는 사라져 갔다. 마을 주민들은 더 이상의 쇠락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때마침 완주군에서 ‘마을공동체 회사’ 설립을 기치로 내걸었다. 마을 주민 스스로 회사를 설립하고, 주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마을만들기 사업이었다. 군청에서 전문가들이 파견돼 거들었다.

인근 4개 마을 주민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한데 뭉쳤다. 2008년 안덕, 장파, 신기, 미치마을이 합쳐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을 출범시켰다. 참여한 주민들은 마을의 절반인 100명이나 됐다. 로컬푸드와 지역일자리, 노동순환,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을 통합해 마을회사로 만든 전국 최초의 모델이었다.

“요새 마을만들기 사업인지 뭣인지 헌다고 떠들썩하지만 군청 예산이나 타다 쓰려 하는 게 태반이제. 우리같이 자본금을 내서 하는 곳이 거의 없당게. 주민들이 출자를 해놨응게 뭣이든 열심히 할 것 아녀. 잘 지켜보시랑게.”(김만성 장파마을 이장·63)

◇ 건강을 파는 마을 = 마을공동체 회사가 태동하면서 마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입구에는 전통 구들을 놓은 황토방이 3동이나 들어섰고 대형 찜질방도 만들었다. ‘농가레스토랑’에 들어가면 온갖 유기농 채소가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다. 풋고추며 청국장, 산나물 등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웰빙식단을 맛보기 위해 전주시내에서 차를 타고 올 정도다. 건강 먹을거리를 상품화시켜 소득으로 연결시키는 사업도 성공했다. 당뇨에 탁월한 당조고추가 이곳에서 나온다. 죽염장, 유기농 쌈채소, 전통효소 등도 마을 주민들이 직접 담가 낸다.

마을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산책처럼 즐기는 모악산행은 압권. 주민들이 만들어놓은 야트막한 등산로 그늘길을 따라 한 바퀴 휙 돌고 오면 입맛이 절로 당긴다.

이곳이 건강마을로 소문난 것은 인근에 자리잡은 민속한의원 덕이기도 하다. 이 한의원은 산속에 병동을 건립해 중증환자들이 숲속 공기를 마시며 투병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안덕파워빌리지는 지난달 어린이들을 위한 아토피 힐링캠프도 열었다.

마을공동체 회사는 시작 단계지만 희망적이다. 각종 건강 먹을거리를 계약재배하는 농가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유기농 재배로만 올린 소득은 1억5000만원에 달했다. 마을 주민 12명은 자신들의 회사인 찜질방과 황토방 직원으로 고용돼 있다. 젊은이들도 귀향해 해마다 10여명씩 주민수가 불어나고 있다. 안덕파워빌리지의 일관된 소망은 ‘대한민국 최고의 건강을 파는 1등 마을 육성’이다. 유영배 촌장은 “신선한 채소와 전통식품으로 건강밥상 메뉴를 만들어 국민들께 행복과 미소를 전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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