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입 열까, 입 맞출까

2011.03.01 03:02

MB 도곡동 땅 의혹 등 ‘판도라 상자’

에리카 김도 돌연 귀국해 검찰 출석

“힘 있을 때 의혹 털기” 기획입국 시각도

<b>눈 감은 ‘의혹’</b> 태광실업 세무조사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하고 연임·그림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한 전 청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눈 감은 ‘의혹’ 태광실업 세무조사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하고 연임·그림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한 전 청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이명박 정권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야 마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진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주도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8일 검찰에 출석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제기했던 에리카 김도 지난 주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정국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두 사람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 재개되면서 상당한 정치적 후폭풍이 예상된다.

두 사람은 이 대통령에 대한 오래된 의혹 중 한 가지인 ‘도곡동 땅’과 관련돼 있다. 에리카 김의 동생 김경준씨가 경영한 BBK에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와 처남 고 김재정씨가 소유했던 (주)다스가 190억원을 투자했다. 다스는 이 대통령이 차명보유 의혹을 받았던 도곡동 땅 매각대금의 일부가 투자된 회사다.

한 전 청장은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이명박 대통령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임을 입증할 수 있는 전표를 발견하자 그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한 전 청장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최윤수 부장검사)는 한 전 청장을 상대로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관할 부산지방국세청 대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맡긴 것이 ‘전 정권 사정’이라는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이었는지 추궁했다. 국세청 차장이던 2007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전달한 경위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이 국세청장에 오른 2008년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 등 여권 실세와 측근들을 상대로 ‘골프 로비’ 등 연임 로비를 벌였는지에 관해서도 조사했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한 전 청장은 자신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9년 1월 국세청장직에서 물러난 뒤 3월 미국으로 떠났다가 지난 24일 귀국했다.

한 전 청장에 앞서 ‘BBK 의혹’의 진원지인 에리카 김도 지난 주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동열 부장검사)에서 조사를 받았다.

현 정권의 정당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의혹의 두 핵심 당사자가 잇달아 검찰에 나온 데 대해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있다. 검찰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야권에서는 기획입국 의혹을 제기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힘 있을 때 문제 사건들을 처리하려는, 정권 마무리 차원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