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환 대법관 ‘3년3개월 뚝심’ 예상 깨고 항소심 판결 뒤집어

2012.05.25 03:00
이범준 기자

강제징용 사건 주심인 김능환 대법관(61·사진)은 최근 사석에서 “내가 이렇게 사건을 오래 보아온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을 3년3개월간이나 끌어왔다. 김 대법관이 퇴임을 두 달 앞둔 5월에 선고하겠다고 결심한 것 자체가 심상치 않은 결정이다. 법원 민사집행법 회장 출신에 민사소송법 주석서를 펴낸 전문가가 숙고한 배경이 있다는 암시였다.

김능환 대법관 ‘3년3개월 뚝심’ 예상 깨고 항소심 판결 뒤집어

이 무렵부터 대법원 주변에서 김 대법관이 항소심 판결을 뒤집을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일부 쟁점은 몰라도 결론까지 통째 뒤집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한·일 간에 외교적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24일 오전까지도 대법원 핵심 관계자를 빼고는 대부분 파기환송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역사적인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은 대법관 13명 모두가 참여한 전원합의체 사건이 아니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맡았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일본 식민지 지배를 겪은 아시아 전역에 파장이 있을 사건임을 고려하면 의외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본 최고재판소 결정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판결이다. (대법원장까지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로 가면 파장이 너무 크다. 일부러 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을 앞두고 재판연구관실이 아닌 법원행정처에도 보고서가 올라갔다. 원고들의 강제집행과 피해자들의 추가소송 가능성, 미쓰비시와 포스코의 한국 자산에 대한 검토 보고서였다. 행정처도 이 정도 파장은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는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의 일본재산 집행신청을 해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다.

법원 관계자는 “기각 가능성이 크지만 일본 재판소에서 뭐라고 하는지는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마도 정치·외교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만 이를 위해서라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 좋다. 그래야 한국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쥐는 카드가 많아진다”고 했다.

그렇지만 파장이 너무 커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법원 관계자는 “사법부가 재판만 하는 게 아니다. 정치나 외교로 풀지 못하는 것을 많이 해결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용훈 대법원장이 이란을 방문해 2010년 외교제재 동참 이후 서먹해진 관계를 많이 해소했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헌법정신에 입각해 올바른 판결을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이 일본 최고재판소를 지나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일본에 있는 기업인과 주재원, 교포들이 재판을 치르면서 혹시라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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