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결백하지만 새 정부에 누 될까 물러난다”

2013.03.21 22:21 입력 2013.03.21 23:23 수정

언론 실명 거론 결정타

김학의 법무차관이 성 접대 의혹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사퇴한 것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 여부를 떠나 이미 정상적으로 법무차관 역할을 수행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법무차관에 임명한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친정인 검찰에 돌이킬 수 없는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음직하다.

김학의 차관의 성 접대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올해 초 그가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김 차관이 건설업자로부터 성 접대를 받는 적나라한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있다는 ‘괴담’이 돌았다. 김 차관이 검찰총장 후보에서 탈락하면서 잦아들었던 ‘동영상 괴담’은 그가 법무차관으로 임명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건설업자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학의 법무차관이 21일 사표를 제출한 뒤 정부과천청사에서 차에 타고 있다. | 한국일보 제공

건설업자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학의 법무차관이 21일 사표를 제출한 뒤 정부과천청사에서 차에 타고 있다. | 한국일보 제공

언론은 관련 의혹을 보도하며 ‘사정기관 고위 간부’라는 익명을 사용했다. 이번주 초 경찰은 ‘동영상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의 내사는 점차 김 차관을 옥죄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경찰은 관련자들로부터 김 차관의 성 접대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을 확보했다. 성 접대 장면이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동영상도 일부 확보했다. 급기야 지난 20일 일부 언론은 김 차관의 실명을 처음 보도했다. 김 차관은 펄쩍 뛰었다. 자신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건설업자 윤모씨를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자신의 실명을 언급한 언론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21일 검찰의 기류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성 접대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만 해도 ‘설마 그럴 리가’라며 근거 없는 의혹으로 치부하던 검찰 내부에서 “이쯤 되면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민정수석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냐”는 검찰 간부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언론의 취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침묵하던 김 차관은 결국 이날 오후 6시쯤 사표를 내고 ‘사직의 변’을 기자실에 배포했다. ‘결백하지만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물러난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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