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길환영 사장 해임안 처리 연기 안팎

2014.05.29 01:15
이범준 기자 기자

‘보도 외압’ 논란에 휩싸인 길환영 사장의 해임제청안 처리를 KBS 이사회가 29일 연기했다. 길 사장 거취의 첫 고비였던 정기 이사회가 답을 미룬 셈이다. 지난 9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길 사장의 보도 개입과 청와대 인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시작된 KBS 사태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후 4시에 시작된 KBS 이사회는 다른 현안들을 다루고 저녁 7시쯤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제기한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상정해 논의에 들어갔다. 격론과 정회를 거듭하면서 회의는 자정을 넘겨 29일 오전 1시까지 계속됐다. 야당추천 이사들이 표결에 붙이자는 요구에 여당추천 이사들은 해임제청안의 문구 수정을 요구하며 맞섰다. 결국 두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다 상정된 해임안 처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길 사장 해임제청안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노사 갈등의 격랑은 더 높아지고 있다.

경영·기술직 중심의 KBS노동조합(1노조)과 기자·PD직 중심의 언론노조 KBS본부(2노조)는 29일 오전 5시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두 노조는 “투쟁 승리를 위해 KBS 모든 노동조합, 협회 등과 연대한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길 사장의 해임 문제를 논의하는 동안 KBS에서는 ‘길 사장 퇴진’ 목소리가 계속됐다. 노조는 28일 임직원 2198명이 이름을 적어 길 사장의 해임을 촉구한 호소문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임직원 4700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직접 서명한 호소문이었다.

이들은 “길 사장에겐 이미 KBS를 이끌고 갈 리더십이 남아있지 않다”며 “신입 사원부터 정년을 앞둔 사원까지, 조직의 동료들이 하나 같이 길 사장의 퇴진만이 KBS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이사회를 향해서는 “파국을 막기 위한 가장 엄중한 결정이 이사회로 넘겨졌다.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KBS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며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압박했다.

이사회가 진행되는 동안 KBS 본관 밖에서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가 개최한 ‘길환영 사장 퇴출 국민촛불 행동 촛불집회’가 열려 KBS 구성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일본 아사히신문, 알자지라TV 등도 이날 KBS 기자협회의 제작거부 현장을 직접 취재해 상세히 보도했다.

KBS 노사가 정면 대치로 치달으면서 KBS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도 보인다. 6·4 지방선거 보도와 월드컵방송의 차질이 빚어지면서 벼랑끝 대치를 하는 셈이다.

앞서 길 사장은 “파업에는 엄정 대응하겠다”며 사퇴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현재로선 막다른 길까지 대치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청와대 지시로 공정방송을 훼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길 사장이 버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길 사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굵직한 국가적 이슈 속에서 방송은 파행하고 여권의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KBS 관계자는 “청와대의 요구를 그대로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길 사장이 사퇴도 청와대의 결정에 따라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아니겠냐”고 말했다. KBS 대다수 구성원들과 맞서 있는 길 사장의 운명도 국민들의 여론과 청와대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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