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날개 단 대법

2016.03.10 22:16 입력 2016.03.10 22:17 수정

‘회피 연아’ 동영상 업로더

개인정보 수사기관 제공

“네이버, 잘못 없다” 판결

이름·주민등록번호·전화번호 등 회원의 개인정보를 아무런 판단 없이 수사기관에 넘긴 포털사이트 운영자에게 법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0일 차모씨(36)가 네이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누리꾼이 KBS 방송을 편집한 일명 ‘회피 연아’ 동영상의 일부. 유인촌 전 장관이 김연아 선수를 포옹하려다 거부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KBS방송캡처

누리꾼이 KBS 방송을 편집한 일명 ‘회피 연아’ 동영상의 일부. 유인촌 전 장관이 김연아 선수를 포옹하려다 거부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KBS방송캡처

차씨는 2010년 3월 일명 ‘회피 연아 동영상’의 일부를 캡처한 사진을 “퍼옴”이라고 하며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 회피 연아 동영상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단 귀국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공항에서 김연아 선수를 포옹하려다 거부당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유 전 장관은 차씨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 달쯤 뒤 취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영장 없이 네이버에 차씨의 인적사항 일체를 달라고 요청했다. 네이버는 차씨의 이름·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 번호·네이버 아이디·가입 일자·e메일 등을 경찰에 제공했고,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차씨의 집을 찾아갔다. 전기통신기본법은 사업자가 정보·수사기관의 제공 요청을 받았을 때 응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차씨는 수사기관 요청이더라도, 회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네이버가 아무런 판단 없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한 데 대한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네이버에 심사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네이버가 전기통신기본법에 규정된 통신비밀보호 전담기구를 통해 정보 제공 여부·범위 등을 심사해야 했다며 차씨에게 위자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포털 사업자에게 정보 제공 여부 등을 심사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업자에 의해 심사가 행해질 경우 그 과정에서 혐의 사실의 누설이나 그 밖에 별도의 사생활 침해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사업자의 심사 의무를 인정하면 국가나 해당 수사기관의 책임을 사인에게 전가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은 무차별 정보수집 논란이 있는 테러방지법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업자들이 사안의 경중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의 모든 정보 제공 요청을 기계적으로 들어줬었다”며 “신상정보에 그치는 전기통신사업법과 달리 테러방지법은 모든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어 사업자들이 가진 개인정보 전부를 다 제공하는 상황이 발생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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