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의 법적 책임’ 인정

2017.10.12 21:57 입력 2017.10.12 22:00 수정

경찰, 유가족 손배 소송 ‘청구 인낙’ 추진…‘민사’ 첫 사례

이철성 청장 “살수차 요원 청구 인낙 제지는 오인 여지”

경찰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의 국가 책임을 인정키로 했다. 백씨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경찰이 유가족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다는 ‘청구 인낙’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경찰은 공권력 행사로 인한 인명피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치 매뉴얼도 마련키로 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 11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경찰청으로부터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관련 대책을 이같이 보고받았다고 12일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회의에서 “지난 6월 백 농민 유족들에게 사과를 한 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적절한 조치가 미흡했던 점을 사과하고 적극적인 후속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백씨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국가 청구 인낙’을 법무부와 협의해 추진키로 했다. 경찰이 백씨 사망 사건에서 법적인 책임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그간 “법적 책임 여부는 나중에 수사 결과와 판결 등이 나올 것이고 그에 따르면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경찰이 민사소송에서 국가 청구 인낙을 하는 것도 처음으로 알려졌다.

앞서 백씨는 2015년 11월14일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뒤 지난해 9월25일 숨졌다. 지난해 3월 백씨와 유가족들은 국가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살수차를 직접 조작했던 경찰관 등을 상대로 총 2억41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경찰은 이 청장이 직접 유족에게 대면 사과할 기회를 마련해 유족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피해 회복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찰의 과거 인권침해 사건을 다루는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와 민형사 재판에도 적극 협조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에 따라 관련자 엄정 조치 등을 진행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경찰은 또 공권력 행사로 인한 인명피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련의 절차를 규정한 ‘조치 매뉴얼’도 마련키로 했다. 공개 사과 및 객관적·중립적 조사위원회 구성, 피해자에 대한 의료·법률·피해회복 지원, 행위자 직무배제, 지휘관 징계·수사, 국가 책임 인정을 포함한 피해자(유족) 배상 등이다.

경찰 공권력이 투입되는 주요 현장에서 시민단체·국가인권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인권침해 현장 감시단’을 운영하고 무전망·폐쇄회로(CC)TV 등 진상조사 증거로 활용될 자료를 폐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 청장은 경찰청이 살수차를 조종했던 한모·최모 경장이 지난 6월 유족에 사과하고 청구 인낙서를 법원에 제출하려 했으나 경찰청이 이를 막았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청이 살수차 요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으며 진행 과정에서 경찰청이 청구 인낙을 제지한 것처럼 오인할 만한 여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개혁위는 “청구 인낙서 제출 제지 논란은 지난 6월 유족에 대한 청장의 사과 후 경찰청이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절제된 공권력 행사 필요성과 경찰개혁의 의미·방향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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