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채택 놓고 공전하는 ‘삼성 노조 와해’ 재판

2018.10.19 20:51 입력 2018.10.19 22:07 수정

“MB의 ‘다스 소송비용’ 수사 중 단서 발견…영장 기재 범위 넘어서 위법”

5개월째 심리 돌입 못해…삼성 측, 사법농단 의혹의 별건 수색도 언급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 재판이 사건 접수 4개월이 지나고도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삼성의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소송비용 대납을 수사하던 중 노조 와해 사건 단서를 찾아낸 게 위법하다면서 삼성 측이 강하게 버티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두고 법정에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까지 언급되며 신경전이 오갔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김태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와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등에 대한 6회 공판준비기일은 1시간 넘게 논쟁만 하고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다. 공판 전 주요 쟁점과 증거 목록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이 6번이나 열렸는데도 공전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구속된 피고인이 있을 때는 신속하게 심리하지만 이 사건은 사건 접수 5개월째인데도 진행 자체가 안되고 있다.

쟁점은 검찰의 ‘증거 수집 절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2월8일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해 직원의 외장하드를 확보했다. 특수2부가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은 이 전 대통령 관련 혐의에 국한됐다.

특수2부는 외장하드를 살펴보다 노조 와해 관련 문건을 발견했고 이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에 통보했다. 공공형사수사부는 노조 와해 혐의로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해 해당 문건들을 확보했다.

목·최 전무 측은 특수2부가 이 전 대통령과 상관없는 노조 와해 문건을 살펴본 게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외장하드를 비롯해 스마트폰·컴퓨터 하드디스크·USB 같은 전자매체를 압수수색할 때 그 대상은 영장 기재 범위에 국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증거 수집 절차가 위법하면 해당 증거는 사용할 수 없다. 유죄판결이 나오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노조 와해 사건의 최윗선이자 삼성그룹 2인자로 꼽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재판에도 영향을 끼친다. 변호인들은 증거 수집 절차가 위법한 이상 재판을 진행해선 안된다고 했다. 이들은 특수2부의 수사기록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변호인들은 사법농단 의혹을 자신들 주장에 꿰맞추기도 했다. 최 전무 측 김유범 변호사는 “최근 사법부 관련 문제에서도 그렇듯이 문건 내용이 다 실행된 것은 아닌데, 문건이 증거로 제시되면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목 전무 측 정진호 변호사도 “사법농단 사태도 그렇지만 검찰이 별건 수색을 하고 그 후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것은 의문스럽다”고 했다.

대법원 문건 유출 의혹을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지난달 압수수색을 당한 뒤 “검찰이 영장 기재 범위 외의 다양한 검색어를 입력해서 무려 5시간 가까이 제 컴퓨터에서 최대한 많은 파일을 들여다보려 했다. 별건 수색”이라고 한 말을 가져다 쓴 것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