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분실로 쉽게 쉽게 처리하자” 경찰, 정준영 ‘불법촬영’ 증거 조작

2019.06.13 21:15 입력 2019.06.13 21:22 수정

2016년 당시 변호사와 공모

포렌식 결과 문서 허위 보고

금품 등 범행 동기 파악 안돼

2016년 가수 정준영씨(30)의 불법촬영 고소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정씨 변호사와 공모해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6년 정씨의 불법촬영 혐의를 수사한 성동경찰서 경찰관 ㄱ씨(54)를 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 정씨의 변호사 ㄴ씨(42)는 직무유기와 증거은닉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ㄱ씨는 2016년 8월6일 성관계를 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고소당한 정씨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ㄴ씨는 ㄱ씨의 직무유기의 공범이자 정씨 휴대전화를 자신의 사무실에 숨긴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ㄱ씨는 2016년 8월20일 정씨에 대한 피의자 심문 뒤 ㄴ씨에게 “포렌식 의뢰했다고 하지 말고 차라리 휴대폰을 분실한 것으로 쉽게 쉽게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당시 변호사 ㄴ씨는 경찰에 정씨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고 사설 업체에 포렌식(디지털 복원)을 의뢰한 상태였다. 불법촬영 증거가 남은 휴대폰에 대한 수사를 피하려고 업체에 휴대폰을 맡긴 것이다.

당시 ㄱ씨의 상사인 여성청소년과장은 정씨 휴대폰을 압수해 복원할 것을 지시했다. ㄱ씨는 ‘휴대폰을 압수할 수 없었다’고 보고하려고 관련 서류를 조작했다. ㄱ씨는 정씨의 휴대폰을 따로 압수하거나 제출받지 않고 정씨 휴대폰 정보를 갖고 있던 포렌식 업체의 문서를 허위로 조작하려고 했다.

ㄱ씨는 우선 포렌식 업체에 방문해 ‘데이터 복원 불가’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ㄴ씨는 이날 ㄱ씨와 저녁식사를 하며 “제가 사건 처리를 쉽게 해드리겠다”며 가짜 확인서를 만들어 경찰에 제출했다.

ㄱ씨는 포렌식 의뢰서에서 ‘데이터 복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 문구를 가리고 수사기록에 첨부했다.

또 ‘데이터 복구가 확인되면 임의 제출받아 추송한다’는 내용의 수사보고를 작성했지만, 임의 제출을 받지도 않았다. 당시 불법촬영 영상 등이 담겨 있는 정씨 휴대폰은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ㄴ씨가 보관 중이었다.

경찰은 ㄱ씨의 범행 동기는 파악하지 못했다. ㄱ·ㄴ씨는 친분이 없었다고 했다. 관련자 계좌를 전부 확인했지만 금품이 오간 정황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당시 고소인이 경찰 조사 전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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