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수뇌부 ‘직권남용 공모’ 인정…양승태·임종헌도 유죄 판결 나오나

2021.03.23 21:15 입력 2021.03.24 10:16 수정

법원이 23일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당시 양승태 대법원 수뇌부도 일부 범행에 공모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도 비슷한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윤종섭)는 이날 이 전 실장과 이 전 위원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들의 일부 범행에 공모했다고 밝혔다.

먼저 재판부는 이 전 위원이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에게 헌재 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을 지시한 혐의를 직권남용죄로 인정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처장이 공모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승태는 이규진에게 헌재 파견 법관들에게 (헌재에서 나오는) 법원 관련 내부 정보를 수집해 대법원에 전달해야 한다고 했고, 박병대는 헌재 파견 판사를 통해 법원 관련 헌재 사건에 대해 내부 정보를 알아보라는 지시를 했다”며 “양승태, 박병대, 고영한의 공모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 혐의와 관련해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일부 범행을 공모한 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실장과 이 전 위원이 임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이 도입하려 한 상고법원에 비판적이었던 법관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하려 했던 혐의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종헌은 오랜 기간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약화할 목적으로 구체적 방안을 마련했다”며 “임종헌이 양승태의 주요 정책 추진 등 행정조직 역량 결집에만 매달려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반대세력으로만 파악해 의견을 못 내도록 하려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종헌이 차장에게 부여된 권한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위원의 통합진보당 의원 행정소송 재판 개입 혐의를 직권남용죄로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당시 대법원 수뇌부의 공모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승태, 박병대가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에게 지시하거나 이런 지시에 가담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양승태, 박병대의 공모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과 이 전 위원에게 유죄를 선고한 형사합의32부는 임 전 차장 사건도 심리하고 있는 만큼 이날 인정한 공소사실에 관해서는 비슷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합의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는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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