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출금·수사무마’ 관련자들 직권남용죄 모두 무죄

2023.02.15 17:10 입력 2023.02.15 17:21 수정

법원 “출국 시도 저지 정당성 인정된다”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등 일부 혐의 유죄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법원은 이날 1심 선고공판에서 이 검사와 이 전 민정비서관, 차 전 연구위원이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금지한 것은 재수사가 기정사실화한 사람의 도피를 긴급하게 막았을 뿐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다만 이 검사의 자격모용 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 은닉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 연합뉴스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법원은 이날 1심 선고공판에서 이 검사와 이 전 민정비서관, 차 전 연구위원이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금지한 것은 재수사가 기정사실화한 사람의 도피를 긴급하게 막았을 뿐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다만 이 검사의 자격모용 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 은닉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 연합뉴스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은 이규원 검사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게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불법출금 의혹 수사를 막으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는 1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규원 춘천지검 검사도 직권남용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등 일부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이 검사, 이 전 비서관, 차 전 본부장은 2019년 3월22일 김 전 차관이 늦은 밤 출국을 시도하자 불법으로 막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이 검사는 긴급 출국금지요청서에 이미 무혐의로 종결된 과거 사건번호를 적어 제출했다. 차 전 본부장은 이 검사의 출금 요청서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승인한 혐의를 받았다.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들을 통해 2019년 3월 19~22일 177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의 개인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받은 혐의도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차 전 본부장과 이 검사 사이를 조율하며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과정 전반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하면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수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수사대상자가 될 것이 확실한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 검사 등이 김 전 차관의 해외 도피를 차단하려 했을 뿐 개인적 이익이나 청탁 등 불법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이 검사가 긴급 출국금지요청서에 스스로 서울동부지검장이라고 기재한 혐의, 이후 이 서류를 은닉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전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2019년 6월 불법 출금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막으려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별도 기소됐으나,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 연합뉴스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전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2019년 6월 불법 출금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막으려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별도 기소됐으나,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 연합뉴스

이날 재판부는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1심 재판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 연구위원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2019년 6월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와 관련한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수사를 막은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이 연구위원이 안양지청에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말을 직접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이 연구위원 외에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도 안양지청에 전화한 점,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안양지청 사이에 의사소통이 부재한 점 등을 들어 “안양지청 지휘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수사를 중단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 직후 이규원 검사는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의 판단은 존중한다”면서도 “일부 유죄가 선고된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 더욱 상세히 설명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철 전 비서관은 “태산이 명동했는데 쥐가 한두 마리 나온 형국”이라며 “사필귀정이란 상식적 판단을 내려주신 법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오늘 무죄 판결을 계기로 검찰이 ‘김학의 사건’의 시작부터 오늘까지 무겁게 돌아보길 바란다”고 했다. 이성윤 연구위원은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은 윤석열 정치검찰이 일으킨 악의적인 프레임 전환 행위”라며 “윤 전 총장에 대한 행위에 맞서거나 검찰의 변화를 위해 노력했던 검사들을 정적으로 규정하고 수사와 기소를 보복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을 위반하고 수사를 부당하게 중단시킨 공직자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항소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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