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 김학의 사건 뭐길래···별장 동영상부터 꼬리에 꼬리 문 파생사건 수두룩

2023.02.15 17:46 입력 2023.02.15 18:16 수정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 크게 보기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무죄를 확정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뒤늦게 수사하다 ‘절차 위법’ 논란에 휘말린 이규원 검사와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이 15일 대부분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시작된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은 문재인 정부 들어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외압 의혹 등 파생사건을 숱하게 양산했다. 그러나 정작 사건 본류의 당사자인 김 전 차관은 성폭력, 뇌물 등 모든 혐의를 빠져나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학의 없는 김학의 사건’만 수두룩하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가 이날 연달아 판단을 내린 ‘불법 출국금지’ ‘수사외압’ 의혹은 모두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서 비롯됐다. 김 전 차관의 성접대·뇌물수수 의혹은 고검장이던 김 전 차관이 2013년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직후 불거졌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의혹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검찰의 ‘김학의 사건’ 수사 과정에 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이 다시 조명됐다. 정권교체로 재수사 가능성에 압박을 느낀 김 전 차관은 2019년 3월 해외로 출국을 시도하다 인천공항에서 제지당했다. 국민적 의혹이 불거진 성접대 의혹 수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본 법무부가 급히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가 논란이 되자 이를 수사해야 할 상황이 됐고, 거기에서 이 수사를 윗선이 무마하려 했다는 외압 논란이 파생했다. 이 수사들이 진행되고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지는 동안 김 전 차관은 혐의를 말끔하게 벗었다. 법원은 이른바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판단하면서도 10년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이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뇌물 혐의는 항소심에서 처음 유죄가 인정됐으나, 최씨를 사전 면담한 검찰 수사방식이 문제가 돼 무죄로 뒤집혔다. 봐주기·늑장 수사 등 검찰의 잘못된 관행이 김 전 차관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김 전 차관 사건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결정판으로 일컬어지는 만큼 김 전 차관에 대한 검찰의 진상규명 실패가 파생 사건의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뫼비우스’ 김학의 사건 뭐길래···별장 동영상부터 꼬리에 꼬리 문 파생사건 수두룩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최종변론에서 “이 사건 수사팀 검사들이 강도높게 수사한 것처럼 김 전 차관의 1·2차 수사 때 혐의를 집요하게 파헤쳤다면 검찰의 신뢰도 추락하지 않았고 진상조사도, 긴급 출금과 재수사도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찰은 차 전 연구위원 등의 재판에서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된 사람을 상대로 공권력을 행사할 땐 예외에 두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만 어떤 경우에라도 절차를 지켜야 한다”며 ‘적법 절차’를 강조했는데, 정작 김 전 차관은 유독 느리고 느슨했던 검찰의 수사 덕택에 무죄가 확정됐다.

김학의 ‘파생’ 사건 피의자들이 재판에 넘겨지는 과정에서 검찰 내부 갈등이 첨예해졌다. 이 연구위원은 기소되기 전 ‘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팀이 성급하게 기소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는지 염려된다”는 이유였다. 결국 심의위가 기소 의견을 내면서 처음으로 피고인 신분 서울중앙지검장이 됐다. 기소 이튿날 그의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되며 ‘공소장 유출 의혹’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은 도저히 기소될 수 없는 사안이었다”며 “윤석열 정치검찰은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행위에 맞서거나 검찰의 변화를 위해 노력했던 검사들을 정적으로 규정하고 수사와 기소를 보복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하는 과정에서도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간 잡음이 일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 비서관을 기소하기로 일찌감치 의견을 모았으나 기소 결론이 나오기까지 한 달 이상 걸렸다. 당시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던 김오수 검찰총장 등 대검 지휘라인이 여권을 의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날 1심 판결을 두고 “증거관계와 법리에 비춰 전반적으로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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