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먹튀’ 의혹 스티븐 리, 17년 만에 미국서 검거

2023.03.05 22:39 입력 2023.03.05 22:58 수정

법무부, 지난 2월 신속한 인도 요청…관련 의혹 규명 기대

‘론스타 먹튀’ 의혹 스티븐 리, 17년 만에 미국서 검거

론스타 코리아 전 대표인 스티븐 리(54·한국명 이정환·사진)가 미국에서 체포됐다. 법무부는 2006년 8월 미국 측에 이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지 17년 만에 그를 지난 2일 미국 뉴저지주에서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법무부는 “법무부 차관이 금년 2월 중순 일본에서 개최된 ‘아·태 지역 형사사법포럼’ 참석을 계기로 미국 법무부 고위급 대표단과 양자회의를 개최해 스티븐 리 범죄인 인도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요청한 데 이어, 실무진은 미국에 스티븐 리 최신 소재지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등 적극 공조하여 인도 청구 17년 만에 미국에서 검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인도 재판을 진행해 스티븐 리를 신속하게 송환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사들인 뒤 되팔아 큰 차익만 챙기고 국내에서 철수했다는 ‘먹튀’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시민단체와 국회 등의 고발로 2006년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이씨는 2005년 9월 이미 미국으로 도피한 뒤였다.

이후 검찰은 ‘론스타 매각 비리 사건’과 관련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 4명을 기소했지만 배임 등 주요 혐의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론스타 펀드 수익률 조작 및 탈세 사건’은 수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했고,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은 유죄가 확정됐지만 이씨 등 론스타 관계자 3명은 처벌을 피했다.

검찰은 2006년 이씨를 기소 중지하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당시 검찰은 이씨가 외환은행 불법 매각과 수익률 조작으로 업무상 배임, 조세포탈, 횡령 등 혐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2010년 대법원은 이씨에게 소득세 78억원을 국세청에 내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2017년 8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됐지만 한국 법무당국이 이를 뒤늦게 인지하는 바람에 현지에서 석방됐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인 뒤 2006년부터 되팔기 위해 국민은행 등과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2010년 11월 계약을 거쳐 2012년에야 보유 지분 51.02%를 3조91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넘겼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차익을 봤지만 론스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6조3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 사건을 심리한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8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약 2900억원)를 배상하라는 일부 패소 판정을 내렸다.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중재판정부의 판정문을 보면 하나금융이 론스타의 처지를 이용하고, 금융위는 금융위대로 자기 조직의 이익을 취한 행태들이 지적됐다”며 “이씨 체포가 그런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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